21일 낮 12시 서울 장충동 소피텔앰베서더호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가 총체적 난국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논하기 위해 긴급 원로회의를 열었다.기독교계 원로 7명은 2시간여의 고뇌 끝에 파행정국 해소, 정부·의료계의 양보 등을 내용으로 한 시국 관련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정치·사회적 갈등은 우려를 금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우리 모두 신뢰를 회복해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고 호소했다.
이들의 우려처럼 각계각층 인사는 현 시국에 대해 “우리 사회가 다시 한번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통제불능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생명을 담보로 한 의약분업 줄다리기 의료보험료 인상 등 정책비용의 국민 전가 고유가로 인한 공공요금 인상과 물가고 제2의 외환위기 우려 불신만 자아내는 한빛은행 대출의혹 수사 등을 거론하며 “도저히 못살겠다는 국민들의 한숨소리가 들리는 것같다”고 탄식했다.
각계 인사는 먼저 정부와 정치권의 무기력을 질타한 뒤 “단기적 대증요법만 제시하다가는 때를 놓치는 우를 범할 수가 있다”면서 “민생·개혁법안 처리는 나몰라라 한 채 흠집내기에만 열중하는 정치권이 이제부터라도 책임지고 혼란을 극복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의약분업에 대해서는 의료계의 자제를 당부하는 목소리가 우세했다.
집단이기주의와 낭비풍조가 위기의 또다른 축이라고 입을 모은 각계 인사는 “더불어 사는 마음을 되찾는 범국민캠페인이 필요하다”면서 “경제가 어려운데도 올들어 해외관광객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등 어느새 실종돼버린 절약정신의 회복도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사회분야 10인의 진단
▲ 손봉호 정치개혁시민연대 대표·서울대 교수
이러다간 자멸한다. 의료계 폐업, 주가폭락 등 요즘 사회 혼란상은 오랫동안 누적된 결과물이다. 근시안적인 정치권이 단기간에 산적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서로 믿지 못하고 나만 이익을 보자는 잘못된 의식도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원칙을 지키는 태도가 필요하다.
▲ 송두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경제, 정치, 사회 등 전반적으로 상당한 혼란에 휩싸여 있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법이 나오지 않고 정치권이 자발적으로 해결책을 제시 못하면 거센 항의에 직면할 것이다. 의료계 폐업, 한빛은행 대출의혹사건 수사 등 모든 사안에 있어 사회구성원간 신뢰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은방희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전세값 상승, 물가고 등 서민들만 죽을 지경이다. 정부가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 준비 없이 시행하다 표류중인 의약분업은 의사들이 정부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여 임의분업이 바람직하다. 한빛은행 대출사건도 특별검사제를 도입하고 정부가 밑바닥부터 다시 진단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 유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남북화해와 통일무드를 내세워 위기를 감추며 버티다가는 더 큰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의약분업 실시때 국민 불편과 의사·약사의 반발에 대해 준비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정부 잘못이 크지만 세밀한 안을 다시 준비해 의사·약사를 설득하고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호소하는 길 밖에 없다.
▲ 박원순 참여연대 사무처장
현재의 위기는 원칙과 기본을 소홀히 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에서 기인한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 시절 주장했던 특별검사제, 인사청문회, 부패방지법 등 사회의 근간이 되는 시스템을 방기했다. 경제체질과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장관 교체나 단기적인 경제대책 등 피상적 개혁으로는 희망이 없다.
▲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
더불어 사는 마음 없이 자기 이익만 주장하는 탓에 혼란이 발생한다. 길도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서로 먼저 뛰어가려는 형국이다.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정치인들은 민생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모범을 보여야 할 사람들중 모범이 되는 사람이 없다. 사회분위기를 바꾸는 범국민적 캠페인과 행동이 절실하다.
▲ 이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정부의 개혁의지와 추동력에도 문제가 있지만 개혁을 받아들이려는 사회적 의지가 있는 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의약분업은 의·약계와 다소간의 불편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국민 등 의약분업 3자의 집단의기주의에 의해 표류하고 있는 것 아닌가. 도덕적 책무를 정부에 맡기고 발을 빼는 형세다.
▲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
노동자와 민중의 생존권을 도외시한 채 일방적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것이 사회적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 민의를 듣지 않고서는 사회안정이 불가능하다. 정치권은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 의약분업에 있어 정부는 갈팡질팡하지 말고 다시 한번 점검하고 합리적 방법을 찾아야 한다.
▲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양보와 타협 없이 자기 것 만을 챙기는 태도가 근본원인이다. 의사들의 요구는 무리이며 더 이상 정부가 양보할 입장이 아니다. 지금은 일관성과 책임성을 가진 강한 정부의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유가인상에 대해 국민에게만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강요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 신종원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
의료계 파업사태, 주식시장 붕괴, 공공요금 인상행렬 등 사회 전반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민들의 삶의 여유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첨예한 갈등을 뛰어넘을 수 있는 사회 연대의식 강화와 양보와 절충, 대화와 토론이 필요하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려해 균형적인 정책 제시가 필요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