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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기필코…" 칼가는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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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기필코…" 칼가는 검찰

입력
2000.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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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욕스런 전철을 밟느냐, 신뢰 회복이냐.”이운영(52) 전 영동지점장의 신병확보로 신용보증기금 보증외압 사건 수사가 본격화한 21일 서울 서초동 대검과 서울지검 청사 주변에는 비장감마저 감돌았다.

검찰 수뇌부와 수사팀은 이날 ‘한점 의혹 없는 진상 규명’을 강조하면서 “기필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누누이 다짐을 했다.

한 검사는 “검찰이 뿌리 깊은 불신에서 벗어나느냐, 아니면 지난해의 대전법조비리 항명파동과 옷로비 사건 때와 같은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느냐 여부가 전적으로 이번 수사 결과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박순용 검찰총장은 “사건을 서울지검 동부지청에서 넘겨받아 서울지검 특수1부가 직접 수사토록 하라”면서 “이씨가 주장한 내용과 언론이 제기한 각종 의혹에 대해 누구를 막론하고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규명하라”는 ‘특별지시’까지 내렸다.

이와 관련, 대검은 전날인 20일 오후 늦게 검사장급이상 간부들이 모여 이번 사건 수사 주체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이씨의 대출비리 사건은 동부지청에서 맡고 보증 외압의혹 부분만 서울지검에서 하는 방안 등도 제시됐으나, 검사장들 대부분은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총장 하명사건’을 다루는 서울지검 특수부가 맡아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1부 검사 6명중 5명을 대거 수사에 투입한 것도 ‘뒤탈’을 남기지 않겠다는 취지다.

당연히 수사팀도 전례없는 굳은 표정들이다. 수사 지휘를 맡은 이기배 서울지검 3차장검사는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해 사명감을 갖고 진상 규명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제한을 두지 않고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특수부 의 한 검사도 “국정 조사를 통해 검찰 수사가 검증 받을지도 모르고 경우에 따라선 특별검사의 재수사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누군들 뭘 가리고 숨겨줄게 있겠나”라며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봐달라”고 ‘각오’를 내비쳤다.

서울지검 평검사들은 “박 전 장관이 받고 있는 모든 의혹에 대해 특검제가 필요 없을 정도록 철저하고도 투명하게 조사돼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범법자인 이씨를 마치 의적처럼 비호한 사람들에 대한 수사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물증없이 주장만 첨예하게 맞서있는 사건의 성격상 명쾌하게 결론을 도출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수사결과에 관계없이 ‘제2의 옷로비 사건’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검찰이 이번 사건으로 또한번 시험대에 오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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