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TV에 비친 북한의 생활문화를 지켜보며 '촌스럽다' 고 느끼는 것일까. 그러면서 평양교예단의 공연을 보면서는 왜 환호하는 것일까.우리민속문화연구소장, 문화재전문위원, 통일문화학회 공동대표 등 문화예술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이 의문점에 대한 해답찾기에 나섰다.
'북한의 우리식 문화' 는 주체의식과 민족의식으로 똘똘 뭉친 북한 문화의 특성과, 남북한 문화의 같음과 다름을 종합적으로 고찰한 역작이다.
저자는 우선 6월 6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렸던 평양교예단의 공연을 북한의 대표적인 '우리식 문화' 로 꼽았다.
남한의 동춘곡마단이 보여주는 서커스가 어떤 퇴영적인 잔재를 풍긴다면, 북한의 교예는 사회주의 예술의 역동성을 강하게 드러낸다는 것이다.
남한에서라면 부초 같은 인생살이였을 단원들을 국가적인 공훈배우로 끌어올린 것이야말로 민족교예의 단절된 전통을 복원시킨 쾌거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그러면서 고구려 수산리 벽화무덤에 나타난 나무다리 재주, 조선 불화 '감로탱' 에 그려진 사당패의 기예 등에서 북한 교예의 정통성을 찾는다.
저자가 포착한 북한의 '우리식 문화' 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여성한복을 개량한 '조선옷',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 음식문화, 다층주택에서도 온돌과 장판, 합각지붕을 유지하는 건축문화 등 북한의 모든 의식주 문화에서 '우리식 문화' 를 찾아낸다.
대중가요 '휘파람'의 주인공 전혜영도 전통민요에 능한 프로라는 사실까지 제시한다.
왜 북한은 '우리식 문화' 를 고집했고,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저자는 그 답변으로 광복 직후 북한에는 미국식 대중문화가 들어오지 못한 사실, 북한이 표방한 '우리식 사회주의' 가 민족제일주의를 내포하고 있는 사실 등을 꼽는다.
여기에 '우리식' 의 강조가 분명히 80년대 말 동유럽의 붕괴조짐과 맞물려 있다는 현실인식도 드러낸다.
저자의 이러한 북한 문화 읽기에는 통일문화를 지향하는 거대한 담론이 엿보인다.
남북한 문화의 유사성과 이질성을 명백히 인정하고, '우리식 북한 문화' 의 본질을 인식할 때 비로서 통일문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명쾌한 논리이다.
자본주의 문화에서는 일개 객체에 불과한 소비대중을, '통속성' 이라는 요소를 통해 문화의 주체로 끌어들이는 북한 문화이기에 때로는 '촌스럽게' 비춰진다는 저자의 혜안이 놀랍기만 하다.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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