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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서점 급성장에 도서정가제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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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서점 급성장에 도서정가제 흔들

입력
2000.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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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가 흔들리고 있다.할인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한 인터넷서점의 하루 매출액이 1억원을 돌파했고, 이에 위기감을 느낀 국내 최대서점 교보문고는 차후 자사 인터넷서점을 통한 할인판매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교보문고 같은 대형서점까지 할인판매에 나설 경우 20여년 동안 유지돼 온 도서정가제는 바로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출판유통의 뇌관' 으로 지목돼 온 도서정가제 위기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최근 Yes24, 알라딘 등 인터넷서점들이 할인판매에 나서면서 매출액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Yes24는 9월 1일자로 1일 매출액이 1억원을 돌파, 교보문고의 인터넷서점인 교보북스의 1일 매출액 4,000만~5,000만원을 2배 이상 능가했다고 밝혔다.

인터넷서점들은 현재 신간과 구간에 상관없이 20~30% 할인판매를 하고 있다. 정가판매를 하면서도 업계 1위를 고수해왔던 교보문고는 결국 몇 출판사 대표들에게 "할인판매를 심각히 고려 중" 이라고 '통첩'을 했다.

출판사들이 인터넷서점의 할인판매를 묵인 또는 방조하는 이상, 교보문고도 할인판매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다수 출판사들이 겉으로는 '도서정가제' 를 내세우면서도 속으로는 할인판매에 적극 참여하는 이율배반적 태도에 대한 비판도 섞여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이창연 회장도 "출판사들이 말로만 도서정가제를 외치면서 실속은 다 차리고 있다" 며 "출판사들이 계속 할인판매업체와 직거래를 할 경우 도서정가제 유지를 위한 대규모 서명운동과 함께 책값의 거품도 모두 공개하겠다" 고 말했다.

^출판사들의 입장은 물론 '도서정가제 유지' 이다. 국내 단행본 출판사들로 구성된 한국출판인회의는 20일 오후2시 서울 출판문화회관 회의실에서 긴급합동회의를 갖고 '도서정가제 유지만이 출판유통시장의 교란을 막을 유일한 장치' 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보완책으로 신간은 일정기간이 지난 뒤 할인판매를 시작하는 등의 방안도 마련했다.

문제는 인터넷서점과 직거래하는 출판사들이 300개가 넘는 현실에서 이들의 '거래중단' 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어음결제를 하는 대형서점과는 달리 현금결제를 하는 인터넷서점의 매력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출판사 대표는 "이제 모든 출판사의 책은 온라인서점으로 직접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며 "대형할인매장의 도서할인코너까지 포함하면 이미 도서정가제는 90% 이상 무너졌다" 고 말했다. 정부는 공정거래법상 예외조항으로 남아있는 도서정가제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9일 입법예고한 '출판 및 인쇄진흥법안' 에서도 간행물의 정가판매를 의무화했다.

인터넷을 통한 할인판매도 금지시켰다. 하지만 위반 시 과태료가 500만원 이하에 불과, 영업 자체에는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점과 출판사, 정부가 모두 한목소리로 '도서정가제'를 외치는 이유는 바로 책이 지식과 정보의 결정체인 문화상품이자 지적 저적물이라는 데 있다.

할인경쟁이 벌어질 경우 상업성이 없는 인문서 등은 설 자리를 잃게 되고, 출판사들도 할인판매에 따른 이익 보전을 위해 가격을 높게 잡은 '거품가격'을 정한 뒤 눈속임으로 할인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인 독자에게 돌아간다.

도서정가제에 대한 비판과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해 6월 도서정가제가 동종 계열업자간의 가격담합 성격이 강하다며 도서정가제 불허방침을 결정했지만 한국서점조합연합회와 대한출판문화협회, 문화관광부 등의 반발로 2002년 말까지 유예한 상태이다.

인터넷서점의 등장으로 불거진 도서정가제 문제는 가뜩이나 위축된 출판시장을 다시 한번 강타할 태풍의 눈이 돼가고 있다.

김관명기자

kimkwmy@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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