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배두나(21)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 발랄하고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여주던 그로서는 의외였다. 마침 비 오는 날씨 탓만은 아니었을 것이다.SBS 일일극 '자꾸만 보고 싶네'의 그는 요즘 자신을 가두고 있는 N세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그의 표현대로 "무모한 도전" 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일극 출연을 대부분의 N세대 스타들이 외면하고 있지만 거쳐야하는 의미있는 통과의례일 수 있다. 지난해 2월 KBS '학교' 라는 드라마에서 반항과 우울, 아웃사이더 등의 중성적 이미지로 강렬한 이미지를 심었던 그는 단숨에 N세대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10대들은 그의 몸짓에서 답답한 현실의 출구를 찾았고, 그의 말에서 자유를 맛보았다.
그가 대중에게 얼굴을 내민 지 2개월만에 생긴 150여개에 이르는 팬클럽은 그와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10대 팬들의 욕구가 얼마나 강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방송사와 영화 제작자들은 그 이미지를 최대한 소비하기 위해 드라마 '광끼'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RNA' 와 영화 '링' '플란다스의 개' 등에 연달아 기용했다.
광고는 말할 것도 없다. 그는 이제 자신을 스타 연예인으로 부상시킨, 10대에 호소하는 이미지를 버리려한다.
자신의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는 미니 시리즈나 트렌디 드라마 출연을 거부했다.
대신 일상성을 중시하는 일일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으며, 다음 달부터는 정통 드라마를 표방하는 MBC 주말극 "엄마야 누나야' 에도 얼굴을 내민다.
최근 촬영을 마친 멜로영화 '청춘' 에 몸을 던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기를 담보하는 N세대 이미지는 스스로 구축한 것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10대는 쉽게 변하므로 그들에게만 기대는 것은 발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봅니다.
여성성을 내세우면서 연기력을 다져가는 탤런트로 새롭게 출발하려합니다."
6개월짜리 반짝 스타로 사라져간 젊은 스타들의 전철을 밟지않으려는 배두나의 의지가 엿보인다.
"선배들과 생활하며 연기력을 체득하고 연극배우인 어머니(김화영)가 강조하는 연기의 맛을 느끼기에도 일일 드라마나 주말 드라마가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제 기질을 누르는 훈련도 하려구요."
트렌디 드라마보다 많은 연기자가 출연하며 장기간 방송되는 일일 드라마는 연기자 이전의 사람됨을 배우는 장이기도 하다.
개성이 강한 연예인들의 욕구가 충돌할 수 밖에 없는 녹화장에서 양보하며 조화를 이뤄야하기 때문이다.
끼많은 신세대지만 집안의 가부장적 분위기를 수용하며 사는 '자꾸만 보고 싶네' 의 함춘봉역과 불우한 환경에서도 타인을 배려하며 긍정적 삶을 살아가는 '엄마야 누나야' 의 공찬미역을 제대로 소화하면, 그가 존경하는 선배 윤여정과 고두심이 쌓은 이미지에 다가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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