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사람들은 왜 바위에 그림을 새겼을까. '남근'을 닮은 돌을 신앙적 대상으로 모신 것은 더욱 기이하다.보기 민망할 정도로 남근을 쏙 빼닮은 돌 속에 어떠한 영험이 깃들었다고 그들은 믿었을까.
이런 돌엔 풍요와 다산에 대한 주술적 기원이 담겨 있다면, 석불이나 석탑은 불멸의 예술성을 보여준다.
그러고 보면, 돌은 한국 문화사의 뿌리에 가 닿아 있는 셈이다. 인류문화의 시작이 바로 석기문화가 아니었나. 소재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등 소장 연구자 5명이 쓴 '돌의 미를 찾아서'(다른 세상 발행) 는 우리 문화사의 한 자리를 차지해왔던 돌문화를 다룬 책이다.
한갓 돌이라지만 그곳에도 뿌리 깊은 문화가 있는 것이다.
특히 고대 문화에서는 돌은 빼놓을 수 없는 소재였다.
족장의 무덤을 거대한 고인돌로 축조했고, 마을 앞에는 선돌을 세워 지표로 삼았다.
커다란 벼랑 벽에는 그림과 부호를 새겨 각별한 장소로 삼았고 돌장승을 세워 마을 신으로 섬겼다.
남근석을 통해서는 풍요와 다산을 염원했고 불교가 들어온 이후에는 석불과 석탑이 만들어지면서 돌을 통해 종교적 믿음의 영원성을 형상화했다.
책은 그중 암각화, 남근석, 돌장승, 석불, 석탑 등 5개 분야에서 돌에 담긴 한국문화의 한 단면을 살피고 있다.
저자들은 남근석 문화에서 농경문화의 염원을 읽어낸다. 대지를 여성으로 파악했던 전통적 관념에서 대지위에 솟은 돌은 다름아닌 남성의 상징이었던 셈이다.
이 둘의 어울림에서 농경민들은 풍부한 생산성을 희구했던 것이다. 태안 마애삼존불, 석굴암 등 석불은 부처의 영원한 진리를 표상한다. 그 영원성을 감당했던 것이 또한 돌이었다. 돌과 인간이 만나 만들어낸 예술과 문화의 흔적을 책은 찬찬히 훑어간다.
민속학와 미술사적 연구결과를 간결하고 쉬운 문장으로 풀어썼고 사진자료를 풍부하게 담아 일반인들이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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