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11개국 단일통화인 유로가 지난해 1월 출범 당시에 비해 20% 이상 가치가 떨어져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이 크게 손상되고 있다. 잇단 하락세로 유로는선진7개국(G7)의 시장 개입을 기대하는 처지가 됐지만 이마저 미국의 대선 일정 때문에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유로화는 18일 사상 최저인 유로당 0.84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현재는 0.85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출범당시 유로당 1.17달러의 강세에 비하면 엄청난 추락이다. 위기를 느낀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주 처음으로 시장개입에 나서 25억 유로나 사들였지만 그다지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최근 유로 하락의 원인은 고유가와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ECB의 통화 긴축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이 복합돼 일어난 것이지만 지난해 1월부터의 만성적인 약세의 근본원인은 전문가들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9일 낸 보고서에서 “유로의 가치가 20%이상 하락한 것은 설명하기 어렵다”며 “다만 현재 유로의 가치는 달러나 엔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못 설정돼 있고 이는 세계 경제에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로의 가치가 유로 사용 11개국의 기초 경제여건에 비해 너무 저평가돼 있다는 데는 모든 당사자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에른스트 벨테케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유로화는 현재 분명히 저평가돼 있다”면서 “유로화는 이번 가을에 방향을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화 하락을 막는데는 ECB의 단독 행동으로는 힘들고 각국 중앙은행들이 동시에 개입하는 것외에 대안이 없다는 게 공통된 견해이다.
시장의 관심은 이번 주말 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담에서 어떤 대응책이 나올지에 집중되고 있다.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정도로는 유로의 하락세를 막을 수 없으며 실질적인 행동, 즉 각국 중앙은행들의 개입이 있어야 한다는 게 시장의 기대이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인 마이클 무사는 19일 “시장개입에 유리한 상황은 매우 드물다”면서 “지금이 바로 시장 개입의 적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11월 미국 대선이 G7의 개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라고 분석가들은 지적한다. 미 행정부가 표를 의식, ‘강한 달러’정책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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