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핵심 실세인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의 사퇴에 따라 여권 권력지도의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여권 내에서 박 장관의 비중이 대단했기 때문에 그같은 공백이 어떻게 메워지느냐 하는 문제는 여권의 세력 판도변화 및 역할 분담과 직결돼 있다.박 장관은 특유의 부지런함을 바탕으로 문화부 업무 영역을 넘어 대북관계·정권 홍보·시중 여론 직보 등 1인 3~4역을 해왔다.
박 장관은 또 범동교동계의 일원으로서 민주당 권노갑 최고위원, 한광옥 청와대비서실장과 함께 당·청와대·행정부를 연결하는 ‘3각축’의 고리 역할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그는 김대중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도 했다. 동교동계 내에서도 권 최고위원 등 구주류와 한화갑 최고위원 등 신주류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을 했다.
그의 퇴진은 여권 역학 관계 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여권에는 동교동계 뿐 아니라 이인제 최고위원 등 영입파와 행정관료 출신 중심의 ‘테크노크래트’들도 포진하고 있다.
당장은 동교동 구주류가 구심 역할을 하는 체제에 근본 변화가 올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현 정권의 임기 말로 갈수록 구주류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동교동 신주류나 영입파들의 위상이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박 장관의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권노갑 최고위원 계는 사퇴 불가 입장을 편 반면 정동영 최고위원 등 다른 세력들이 사퇴 불가피론을 주장한 것도 이같은 세력 구도와 무관치 않다.
일단 박 장관이 상당 부분 관여하던 대북관계, 국정 홍보 업무 등은 각각 통일부와 청와대 공보수석실 등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