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올림픽 개막식 성화 점화자였던 원주민(아보리진) 출신 캐시 프리먼(27.여)은 호주의 영욕(榮辱)을 대변한. 여자 육상 400m의 유력한 우승 후보인 그가 세계적인 조명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원주민에 대한 호주의 탄압정책(?)이라는 아픈 역사가 있기때문이다.말하자면 프리먼을 통해 호주정부는 원주민에 대한 화합을 국내외에 강하게 알린 것이다. 이 때문인지 프리먼에 대한 호주인들의 태도는 아주 혼란스러워 보인다.
호주 언론들은 프리먼이 최종 성화주자였다는 사실만 짧게 보도했을 뿐 그 의미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종족간 화합'을 명분으로 원주민에게만 영광을 준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조직위는 "(원주민이 아니라) 여성 배려 차원에서 프리먼을 점화자로 정했다"고 한 발 물러 섰다. 하지만 주요 대회서 우승할 때마다 원주민 깃발을 흔들며 인권운동을 해온 프리먼을 못마땅하게 생각해온 호주정부는 이번 올림픽에서 진짜 그런 장면이 나올까 고민이다.
프리먼은 이번 올림픽서 세계적 스타가 됐다. 세계는 아보리진의 '대변인' 을 자임한 프리먼의 정치적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 19일 기자회견에서 "성화 점화는 6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아보리진의 영광"이라고 밝힌 프리먼의 말 속엔 2세기 넘게 백인들의 학대를 받아온 39만 아보리진의 한이 담겨 있다.
호주가 당초 희망대로 올림픽을 새천년 평화와 화합의 계기로 만드려면 프리먼의 용기와 아보리진의 애환을 이해하는 아량이 필요하다는 게 세계언론의 반응이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여자 400m 은메달리스트인 프리먼이 25일 저녁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아보리진의 깃발을 휘날릴 수 있을지, 호주인의 반응은 어떨지 관심이다.
시드니=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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