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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택시' 액션·SF'덫칠' 웃기는 공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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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택시' 액션·SF'덫칠' 웃기는 공포물

입력
2000.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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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감독들의 최대 매력은 엉뚱한 상상력과 비약일 것이다.1996년 '미지왕' 의 김용태, 1998년 '기막힌 사내들'의 장진 등에서 그러한 매력은 발견되었다. 그들의 상상력은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온 영화적 정서로도 도저히 이해가 안될 정도로 '제멋대로' 이다. 장르는 복합적이고, 스토리는 논리를 거부한다.

인물들은 해괴한 복장에, 시공간을 멋대로 옮겨 다닌다. 키치 (Kitch) 적 행동과 대사가 남발된다. 영화적 관습의 부정이다. 할리우드적 영화감상법 대신 브레히트적 소외효과를 노린다.

장난처럼 비틀고 뒤집고 하는 이런 감독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차갑다. 처음에는 황당해 하고 점차 불편해 하다가 마지막에는 한심해 한다. 당연히 상업적 성공도 어렵다.

그렇다고 값 싼 삼류로 치부할 수 없다. 그들에게는 위험하지만 한국영화가 꺼리고 있는 기발하고 번뜩이는 재치와 실험이 있다.

그것을 버리지 않고, 다시 한번 다듬을 때 '간첩 리철진' 같은 새로운 대중적 코미디는 탄생한다. '공포택시' 는 '미지왕' '기막힌 사내' 의 연장선상에 있다. 공포물이면서 코미디이고, 멜로적 줄거리에 액션과 SF적인 요소가 뒤섞인다.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들이 귀신이 돼 밤마다 택시를 몰고 다니며 악을 징벌한다는 과장되고 공포적인 상황이 귀신 오케이 (정해균)와 논스톱 (정재영) 에 의해 황당한 코미디로 바뀌고, 귀신이 된 주인공 길남 (이서진) 과 살아있는 여자 유정 (최유정)의 애틋한 사랑은 택시의 속도를 무기로 한 액션이 나타나면서 관객의 감정이입을 막는다.

공포택시가 인간의 피를 연료로 달린다는, 엔진이 괴물의 심장이란, 엽기적 설정도 장난스럽기만 하다.

길남의 너무나 일상적 모습과 그와 정반대인 다른 귀신들의 퇴폐적 유희가 충돌하면서 '사랑과 영혼' 류의 감정이입을 보기 좋게 막는다.

총알택시, 황금 만능주의에 대한 풍자도 페이소스가 약해 치기어린 행동으로 남을 뿐이다. 때문에 웃음도, 공포도, 감동도 제대로 유발하지 못한 '공포 택시' 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영화가 굳이 정돈된 언어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정돈되지 않은 그 몇 언어는 기발하다. 인간으로 착각한 귀신들의 반응,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허문 인간과 귀신의 공존양식 등. 그 뿐이다.

지속성을 갖지 못한다. 주연배우는 단조롭고, 조연들은 리듬 없는 코믹연극의 과장 연기로 일관한다. 상소리와 영어와 욕의 남발로 세상을 풍자하고 블랙 유머를 유발하겠다는 생각도 지나친 반복으로 유치한 상투가 됐다.

영화가 거부하고자 했던 관습적인 재미를 의식한데서 나온 것이다. 후반으로 가면서 '공포택시' 는 자동차의 스피드를 무기로 한 액션으로 내달렸다.

차라리 처음부터 철저히 현실에 밀착하든지, 아니면 끝까지 만화적 상상력으로 내달리든지. 흥행 부담이 적은 저예산 (8억원) 영화로는 어느쪽이든 해볼만한 도전이었다.

'공포택시' 에는 아직은 낯설고 유치해 보이지만 기발한 상상력과 진한 유화 같은 색채감각도 있고, 한국영화로는 보기 드문 자동차 추격장면도 있다.

그러나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재즈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한 신인 허승준 감독은 "영화란 자유롭게 상상하고, 소리 지르는 공간" 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럴 용기가 부족했던 것 같다. 23일 개봉.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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