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고1인 아들이 집에 들어와 땀에 젖은 옷을 벗어놓았다. 친구들과 농구를 한바탕했더니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는 것이다. 훌러덩 벗어놓은 옷을 세탁기에 집어넣으면서 이제는 저렇게 운동까지 신나게 할 수 있게 됐구나 하는 생각에 참 기뻤다.나는 아들에게 옷은 얼마든지 내놓아도 되니 운동이나 더 열심히 하라고 말해주었고 아들은 "농구는 해보지 않으면 몰라, 얼마나 재미있는데"라고 대꾸했다. 아들은 초등학교2학년때, 그리고 중학교 2학년때 수술을 받았다. 특정 부위의 뼈가 굳는 멜로헤오스테오시스라는, 참 드문 병때문이었다. 아들은 오른쪽 넷째, 다섯째 발가락 뼈가 굳고 이 때문에 오른쪽 다리 전체가 왼쪽보다 훨씬 짧아져 걸음에 지장을 받았으며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뛰어놀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수술을 받았는데 아이는 그때마다 큰 고통을 호소했다.
특히 두번째는 뒤틀린 오른쪽 다리 뼈를 바로 펴고 늘리는 큰 수술이었고 아이는 아프다며 눈물을 뚝뚝 흘렸었다.
아이에게 그런 병이 있다는 사실은 아이가 여섯살 때 처음 알았다. 그뒤 나는 아들의 고통을 보면서 엄마로서 말로 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느꼈었다. 이와 함께 내가 아이의 저 고통을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형언하기 어려운 무력감을 가지기도 했다. 이식이라도 가능하다면 몸의 일부라도 떼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나름대로 병에 대한 정보를 얻느라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며 의사들을 만났고 아이의 병세와 치료법을 놓고 남편과 밤새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는 그 동안 불편한 내색을 별로 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아들이 참 대견스러웠지만 그 때문에 더 안쓰럽기도 했다.
두번째 수술이 끝난 뒤 의사 선생님은 수술은 성공적이며 이제는 아들이 스스로 다리에 힘을 기르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틈나는대로 아들에게 밖으로 나가 친구들과 뛰어놀라고 말하곤 했다. 또 공부할 시간에 나들이를 해도 전혀 밉지가 않았다. 하지만 골절되면 자연 치유가 쉽지 않기 때문에 아들은 운동을 하면서도 굉장히 조심스러워 했다.
오늘 농구를 하고 돌아온 아들의 모습에서 지금 추세라면 곧 정상상태가 될 것이라는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되새기게 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