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환란이 우려되는 국가적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치 복원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 정부·여당이 국정 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꿔 야당과 협의를 바탕으로 국정을 이끌어가고, 야당도 장외가 아니라 국회에서 건설적 비판과 협력을 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20일 한국일보가 각계 인사 10명에게 정국 파행의 돌파구 마련을 위한 의견을 구한 결과 이같은 목소리가 주류를 이뤘다.
각계 인사는 특히 “정국을 능동적으로 풀어가야 할 쪽은 정부와 여당”이라며 “집권당은 국정의 일차적 책임이 있는 만큼 야당이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고 비난만 할 게 아니라 일련의 사태들이 여권 내부에서 비롯된 것임을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각계 인사는 또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의 사퇴는 잘한 조치”라며 “한빛은행 불법 대출사건의 외압 의혹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 야당이 요구하는 특검제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부 인사는 청와대와 대통령 중심의 권력운용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대통령은 국정의 중립적 조정자로서의 포용성을 보여야 하며 국정운영에 적합한 인적 자원을 오픈 마인드로 활용하는 등 정권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남북관계 진전 등 외치의 성과로 내치(內治)의 부진을 덮으려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제1 야당인 한나라당에 대한 주문도 많았다. 각계 인사는 “야당은 3김씨가 써온 전근대적 투쟁방식을 버리고 국회로 들어와야 한다”면서 “경제개혁과 남북문제 등 국익과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대승적으로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계성기자
wkslee@hk.co.kr
■정치분야 10인의 진단
▲ 강영훈 전국무총리
여야가 국회에 들어가서 토론을 해야 한다. 정책으로 대결하고, 합의가 안되면 투표에 의해 결정해야 한다. 파행정국에는 여야가 똑같이 책임이 있다.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확실한 판단과 비젼을 가지고 국민을 이해시켜야 한다. 민주주의는 민의에 따르는 것이다. 민의가 어디 있는지 알아야 한다.
▲ 조순형 민주당 의원
정치위기의 발단은 국회법 날치기처리다. 타협과 협의로 다시 처리돼야 한다.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자민련과 불안한 공조에 의존하기 보다는 한나라당과 대화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
한빛은행 사건은 특검제를 통해서라도 당당하게 대처해야 한다. 야당도 남북문제 경제개혁 등에는 대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 이세중 전 대한변협 회장
국가기능 회복과 민생현안 처리, 기업 구조조정 등을 위한 입법 조치가 시급하다. 여야가 책임을 서로 전가하고 있는데 정국을 능동적으로 풀어야 할 쪽은 정부와 여당이다.
여당이 야당에 국회에 먼저 들어오라고 요구하는 것은 위기상황 타개에 도움되지 않는다. 국정책임을 진 정부 여당이 과감히 나서라.
▲ 이석연 경실련사무총장
대통령은 외환위기 극복과 남북관계 진전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일이지만, 이를 통해 사회·경제적 현실 문제를 해소하려 해서는 안된다.
한빛은행 사건에 특검제를 실시해야 한다. 국회를 정상화시키고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한나라당도 국정에 책임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서진영 고려대 정외과 교수
여권은 남북문제, 경제위기, 공적자금 투입 등에 대해 야당과 협의해야 한다. 특검제 등 야당의 요구들을 전향적으로 수용했으면 한다.
남북문제의 경우 여권이 야당을 배제하고 있어 자칫 장기적 정책으로 자리잡지 못할 수 있다. 야당이 국회를 나갔지만 야당 탓만 할 수 없다. 국정의 총체적 책임자는 여당이다.
▲김석수 정개연 사무처장
악재가 누적되는 데도 여권은 납득할 만한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총재중심의 권위주의적 운영 행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중심의 국정운영 방식에서 탈피해야 하며 대통령 주변의 전근대적 인사들을 정리해야 한다. 한빛은행 사건에 대해서는 특별검사제를 수용하는등 정공법으로 풀어야 한다.
▲권혁주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여야가 중요한 민생 문제 보다 힘겨루기에 신경쓰는 ‘이슈의 주객 전도’현상으로 위기가 왔다. 여권은 남북관계를 ‘대중 동원’수단으로 활용해선 안된다. 야당과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정책 결정·집행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 야당도 3김씨가 써 온 전근대적 투쟁 방식을 버리고 국회로 들어와야 한다.
▲ 이춘호 한국여성유권자연맹회장
30여년간 민주화 투쟁을 해온 국민의 정부가 권력을 지나치게 남용하는 측면이 있다. 과감한 인적개혁이 필요하다. 한빛은행 사건은 특검제를 도입해 권력 개입 여부를 밝혀야 한다. 야당도 대안제시 없이 장외투쟁으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남북관계에 치중, 국내 문제를 소홀히 한 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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