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적으로 서태지의 인접효과는 얼마나 될까.데뷔앨범으로 랩과 댄스의 돌풍을 일으킨 서태지는 얼터너티브 록, 갱스터 랩 등 음반마다 국내에서는 익숙치 않은 장르를 도입하여 댄스와 발라드 중심의 음악시장에 전환점이 돼왔다.
이번 컴백앨범에 그가 도입한 핌프 록과 하드코어도 주목받고 있다. 핌프 록 그룹 림프 비즈킷의 2집 'Significant Other'의 경우 작년7월 출반 후 이제까지 판매량은 많아야 하루 수십여장에 불과했으나 서태지 음반출시 이후 갑자기 하루 300~400여장이 팔리고 있다.
이 정도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미국 백인 래퍼 에미넴(Eminem)의 국내 음반 판매기록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드코어그룹인 콘과 RATM도 인접효과를 단단히 누리고 있다. 작년에 출시된 콘(Korn)의 'The Battle of Los Angeles'와 RATM의 'Issues'는 최근 하루 100여장에 육박하는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팝 음반의 수명이 대개 출시 후 6개월 정도임을 감안하면 최근의 판매량 급증은 확실히 이례적이다. 그러나 시장의 '확대'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음반업계의 전반적 평가이다.
유니버설코리아의 이재원씨는 "보통 6~10만 정도인 팝 인구규모를 감안하면 이 정도는 거의 기존의 팝 수요층이나 서태지 팬들에 의해 소화된 것이다. "라고 분석한다.
국내 언더그라운드들에게 하드코어와 핌프록은 전작의 갱스터랩이나 얼트록과는 달리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장르이기 때문에 새삼스런 '붐'을 기대하기는 더욱 힘들다.
서태지의 세션에 참가했던 기타리스트 안성훈이 속한 하드코어 그룹 '닥터코어 911'은 8월 신보 '非正산조'를 내고 인지도는 다소 높아졌지만 인접효과를 누리고 있는 형편은 아니다.
닥터코어 911의 소속사인 매직캐슬 이혜경씨는 "공연이나 행사초청도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고, 갑자기 '붐'을 탄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고 말한다. 서태지의 음반이 대중에게 '하드코어'의 존재를 알리는 데 기여한 것은 확실하다. 음악평론가 송기철씨는 이를 "테크노 붐 이후 너도나도 '테크노' 운운했던 것과 비슷하다" 고 평가하면서도 "지금의 음반판매호조는 '반짝 특수'일 뿐 장기적 여파는 알 수 없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서태지에게 어떤 장르의 부흥을 기대하는 것은 서태지 개인을 위해서도, 음악의 균형적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 덧붙인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