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화해 분위기는 확실히 새로운 세월임을 실감하게 한다. 그동안 금기의 영역으로 몰아쳤던 부분이 하나둘씩 무너지고 있는 것도 그렇다.같은 일을 두고 예전 같으면 감옥행이었을 사안이 지금은 거꾸로 칭송의 대상이 되는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권위주의 시대에는 오히려 반통일적 언행을 일삼던 인사가 근래에 이르러 북한찬양(?)에 앞장서는 기이한 현상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그만큼 북한 특수(?)는 많은 사람들에게 발 빠른 변신을 재촉하게도 한다.
미술의 경우는 다소 특수한 입장에 있다.
무엇보다 작품이 고가품으로 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남한지역에서 범람하고 있는 북한미술품이라는 것은 수 만 혹은 수 십만 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만큼 업자들의 활동이 알게 모르게 활약이 적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이 대목에서 분명히 집어야할 것은 여지껏 북한미술품을 취급한 인사들은 미술전문가들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문제가 적지 않았다. 개중에는 악덕업자까지 가세하여 혼란을 가중시킨 바도 있다. 그동안 남한 지역에서 개최된 북한미술전은 대략 20건이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시들은 북한미술의 정통성을 담보한 것도 아니어서 아쉽게 하는 부분도 많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수한 작품의 소개라기보다 가짜작품까지 버젓이 진열ㆍ판매되는 부작용의 온상이기도 했다. 이는 물론 남과 북 양측 모두에게 손해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제는 미술관 등 전문가 차원에서 교류가 이루어져야 하고 북한작품이 반입되어야 할 것이다.^평양미술계의 분위기를 현장에서 확인한 필자의 입장에서 솔직히 고백할 사항이 하나 있다.
그것은 우리가 북한미술계에 대하여 자세히 모르고 있다라는 점이다. 그동안 북한미술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해온 입장에서도 그렇다는 의미다.
물론 한 두 가지의 변명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평양미술계가 내놓는 정보량이 부족하다는 일차적 원인을 들 수 있다. 출판물 등 정보가 적으니까 활동상에 대한 자세한 내역을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거기다가 우리의 폐쇄적인 반공교육은 북한미술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는데 장애가 되기도 했다.남북교류시대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관건은 상대방의 실상을 정확하고 풍부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알아야 대화도 하고 교류도 할 것이 아닌가. 이 대목에서 당국자의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북한자료의 접근 방식에서 보다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예컨데 북한문화예술센터 같은 것을 설립하여 일반인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 ^이제는 감상적 혹은 주먹구구식의 수준에서 벗어나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북한을 연구하고 대응할 때가 아닌가 한다. 그런 가운데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한 남북공동의 교류사업을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서울과 평양의 미술관 소장품의 상호 교환전 같은 것부터 실현시킬 필요가 있다. ^물론 할 일은 많다. 전시, 학술, 출판 등 다양한 사업은 분야별ㆍ단계별로 다채롭게 펼칠 수 있다. 특히 기념조형물 분야 등 북한미술계가 가지고 있는 기술력과 남한 미술계의 국제감각과 비즈니스 역량을 결합시킨다면 국제무대에서도 경쟁력 있는 외화벌이 사업으로 훌륭할 것이다. 이 같은 부분에서 발상의 대전환이 절실함을 재확인하게 된다.
윤범모 경원대 교수ㆍ미술평론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