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자이언트 킬러였다. 페테르 반 덴 호헨반트(22.네덜란드)가 3회 연속 올림픽 2관왕을 꿈꾸던 알렉산드르 포포프를 침몰시켰다.호헨반트는 20일 오후 시드니 인터내셔널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서 48초30으로 가장 먼저 골인, 대회 2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레인에서 시종일관 호헨반트를 쫓던 포포프는 4년 전처럼 게리 홀 주니어(26.미국)보다는 0.01초가 앞섰지만 1위와 무려 0.34초나 뒤져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이미 자유형 200m에서 이안 서프(17)를 누르고 ‘오렌지 쇼크’를 일으켰던 그는 뮌헨올림픽 7관왕 마이크 스피츠 이후 28년만에 자유형 100m와 200m를 동시 석권한 선수가 됐다.
지난해 유럽선수권에서 10년 동안 세계수영계를 호령하던 포포프에게 첫 패배를 맛보게 했던 호헨반트는 “출발대에 서는 순간부터 명성이 아니라 실력이 더 중요하다”는 말로 기쁨을 표시했다. 포포프는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다”고 변명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시드니=특별취재반
■왜 호헨반트인가
평소 땐 하얀 가운을 입는 의학도 페테르 반 덴 호헨반트가 거푸 세계신기록을 깨뜨린 비결은 뭘까. 언뜻 보면 좌우가 비대칭적으로 기울어 있어 장거리 선수를 더 닮은 호헨반트의 자세는 허점 투성이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을 스피드의 원천으로 꼽는다.
호흡할 때 마다 한 쪽으로 몸을 기울이면 호흡을 더 깊게 할 수 있다는 것.
사실 단거리 선수에게는 숨을 쉬는 것이 치명타로 비칠 수 있으나 그는 숨을 들이 쉴 때는 누구보다도 깊이 떠올랐다 내뱉을 때는 잠수하듯이 깊숙하게 가라앉는다.
이렇게 리듬을 타면서 탄력을 얻는 것이 스타트와 턴에서의 느린 약점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전 자유형 100m 세계랭킹 1위이자 러시아 코치를 맡고 있는 마크 모건은 그의 수영장면을 보고 “마치 품오~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하는 것 같아 우스꽝스러울 때도 있지만 잠수함과 같은 원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보통 선수보다 5번 정도가 적은 100m에 25번 정도의 스트로크만 하고도 부드럽고 물 속 깊이 파고드는 ‘포포프 영법’ 대신 이제는 ‘호헨반트 영법’의 시대가 각광을 받을 때가 온 것이다.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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