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니'와 '제이콥의 거짓말'서 코믹연기말론 브랜도가 코미디를 한다. 얼른 상상이 되지 않는다. '워터 프론트' 에서 강렬한 노동자, '대부' 에서 근엄하고 냉정한 마피아 보스였던 그는 무겁다.
그러나 그 무거움이 오히려 무기가 됐다. 그 무게가 흔들릴 때마다, 그 무게가 엉뚱하게 발휘될 때마다 영화는 섬뜩하면서도 유쾌한 코미디가 된다. 그는 배우로서 자신의 색깔과 장점을 정확히 알고 있다. 이 시대 최고의 피에로인 로빈 윌리엄스는 눈물의 코믹 배우이다. 그는 늘 소심하고 착한 휴머니스트다.
천부적인 표정연기와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으로 그는 별난 교사 (죽은 시인의 사회) 가 되고, 여장 가정부 (미세스 다웃 파이어) 가 되며, 로봇 (바이센테니얼 맨) 이 된다.
그가 갈 수 없는 곳이란 없고, 그의 유머와 따듯함이 위력을 발휘할 수 없는 곳이란 없다.
프리머니
'프리머니' (감독 이브 시모노)에서 말론 브랜도는 폭군이다. 고집 세고 제멋대로인 이 지방교도소장 소렌슨에게는 '자신이 곧 법' 이다.
탈옥수를 잡으면 현장에서 총살시키고, 지방판사를 하인 부리듯 한다. 이때 말론 브랜도는 뻔뻔하다. 그리고 능청스럽다. 뚱뚱한 몸을 느릿느릿 움직이고, 거만한 턱을 자랑한다.
그런 그 앞에서 쌍둥이 딸의 남편이라는 두 건달 버드 (찰리 신) 와 래리 (토머스 헤이든 처치) 가 나타나면서 아슬아슬한 웃음은 시작된다.
처음 웃음을 만드는 사람은 두 건달이다. 그는 그냥 그들 앞에 서 있기만 하면 된다. 딸과 잠자리는 한 달에 한번, 공짜는 없으니 집안 일 하라고 명령해 놓고 감시만 하면 두 건달이 쩔쩔매면서 웃음을 만든다.
경박하고 약삭 빠른 버드와 소심하고 겁 많은 래리의 대조적인 반응과 실수가 이어진다.^그러나 그 둘이 반기를 들고 음모를 꾸미고, 그것이 엉뚱하게 흘러가면서 이제는 말론 브랜도의 반응이 웃음의 원천이 된다.
참다 못한 버드와 아내의 외도에 실망한 래리가 '내일을 향해 쏴라' 의 부치와 선댄스처럼 현금 수송 열차를 털고, 그 과정에 그가 가장 아끼는 새 차가 망가지면서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하는 말론 브랜도의 카리스마.
그 흔들림은 강도 사실이 탄로나 그의 교도소에 갇힌 버드가 래리의 도움으로 탈출하면서 절정에 이른다.
인물들은 모두 단순하다. 그 단순함이 서로 부딪쳐 사건을 엉뚱하고 복잡하게 이끌어 가기 때문에 더욱 섬뜩하면서 유쾌한 블랙 코미다가 됐다.
'프리머니' 는 배우 2세들의 작품이다. 시나리오를 쓴 안토니 펙은 그레고리 펙의 아들이고, 찰리 신과 미라 소르미노도 아버지가 유명배우(마틴 신, 폴 소르비노)다. 23일 개봉.
제이콥의 거짓말
로빈 윌리엄스가 이번에는 2차대전 현장으로 간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비극적이고 야만적인 역사가 있던 유태인 수용소.
그를 독일 점령 하에 있는 폴란드의 한 게토 (유태인 집단 거주지) 로 데려간 사람은 피터 카소비츠 감독이다. 헝가리 출신 유태인인 그는 다섯 살 때 유태인 수용소에 끌려갔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경험이 있다.
그가 비슷한 경험을 한 주렉 베커의 동명소설을 영화화 하면서 로빈 윌리엄스를 주인공으로 선택했다. ^팬 케이크 장수 제이콥은 여전히 소심하고, 재치가 있으면서 여리다.
아우슈비츠로 끌러가다 탈출한 소녀를 만나자 겁에 질러 떨면서도 어쩔 수 없이 소녀를 데리고 함께 살고, 죽은 아내의 사진을 보며 대화를 나눈다.
사소한 계약을 들먹이며 이발사 친구의 자살을 막고, 자신도 힘들면서 병든 이웃노인과 짝이 돼 그의 몫까지 일한다. 조금만 힘들어도 울상 짓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다른 영화 속의 로빈이다. 그가 "러시아 해방군이 곧 우리를 구하려 온다" 는 엄청난 거짓말을 한다. 동기는 단순했다. 동생으로 생각하는 권투선수 출신 미샤 (리브 쉬리버) 의 개죽음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 거짓말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고, 끝없는 거짓말을 만들어야 했다. 언제 가스실로 끌려갈지 알 수 없어 아침이면 목을 매는 사람이 부지기수인, 희망 없는 게토에서 그의 말은 곧 희망이었다. 그는 이때부터 라디오를 가진 유일한 유태인이 됐고, 사람들은 그를 특별한 존재로 생각했다. 그는 레지스탕스의 연락책이고, 영국군 첩보원이며, 예언자 아사야였다.
참을 거짓이라고 믿는 이 아이러니로 영화는 전쟁과 인간성 말살의 역사를 고발한다. '인생은 아름다워' 처럼 진실보다 때론 강하고 아름다운 거짓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말한다.
그것을 동화적 우화적 유머로 드러내기 위해 로빈 윌리엄스는 '거짓말쟁이 제이콥 (야곱)' 이 됐고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소녀를 위해 라디오 목소리 흉내내기 같은 상투적 연기도 애처롭기만 하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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