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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에선 / 당국 '무사안일'에 무너진 봉산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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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에선 / 당국 '무사안일'에 무너진 봉산제방

입력
2000.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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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치수(治水)사업이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나라의 가장 중요한 사업을 치수사업으로 여겨왔다.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치수는 아직 원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낙동강을 젖줄로 삼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겨울이나 가뭄때는 늘상 물부족으로 고생하고, 우기에는 '올 해는 피해없이 지나가야 할텐데' 라는 걱정으로 보낸다. 올해도 어김없었다.

15일 태풍 사오마이의 영향으로 고령군 우곡면 객기리 봉산제방이 붕괴돼 농경지 150ha가 침수됐고 그 피해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오전 7시30분께 낙동강 수위가 위험수위인 11m에 육박하자 공사중이던 봉산제방이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제방 60m가 붕괴됐다.

이로 인해 객기들 일대가 침수됐고 주민들은 가옥침수에 대비해 대피준비에 들어갔으며 동고령농협 우곡지소 농협창고에 보관중이던 정부양곡 9,735가마, 비료 8,143포대를 타 농협창고 및 고지대로 급히 옮겨 놓았다.

15일 아침 피해상황이 알려지자 지역주민 및 공무원, 군부대, 소방서 등이 구제방 수문을 차단하고 트럭 15대를 동원, 붕괴된 제방 복구작업에 나섰다.

언뜻 보기에는 이번 재난이 폭우로 인한 단순 자연재해이다. 하지만 흔히들 얘기하는 '예고된 인재(人災)'다. 이곳은 지난해 주민들의 힘으로 붕괴위기를 모면했던 구간이었다.

그래서 지난해 12월부터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34억3,600만원의 예산을 투입, 제방 차수벽과 배수물 설치공사를 하는 가운데 취약한 부분이 침하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사고위험이 있는 구간이었는데도 왜 우기에 앞서 공사를 마무리하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직접적인 피해나 책임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행정당국의 무사안일주의 때문이다. 주민들이 나서 공사를 독촉했으나 나몰라라 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사고로 인해 국민혈세 34억3,600만원은 고스란히 날아가 그만큼 돈이 더 들게 됐고, 1년 농사가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지금 우곡면 주민들은 공사를 우기전에 마치지 않은 관계당국에 불만을 토로하며 침수된 농경지를 바라보면서 한숨만 내쉬고 었다.

다시 복구공사는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을 누가 보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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