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 10인의 진단한국 경제가 환란 이후 최대의 난국을 맞고 있다. 정부는 ‘믿고 따라달라’고 말하지만, 정부 스스로 신뢰를 잃어버린 이상 불안감은 쉽게 가시질 않고 있다. 과연 우리 경제는 3년만에 다시 악몽의 터널로 들어가는 것인가, 아니면 다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 각계 경제전문가 10인으로부터 현 경제난의 근본 원인과 고유가 대책, 대우자동차 매각방법, 증시대책 등 세부 현안별 처방을 들어본다.
■강철규(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환부의 고름은 짜내지 않고 덮어만 놓으니 병균이 침투해 속이 곪아 드는 꼴이다. 대우차 매각을 질질 끈다면, 기아차처럼 경제위기 도화선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헐값 논란에 상관없이 빨리 정리해야 한다. 탄력세율 등으로 에너지가격을 낮추거나, 단기부양으로 증시를 살리는 정책은 또다른 문제만 일으킬 뿐이다. 긴축 전환은 연초 이미 실기를 했다.
■김효성(대한상의 부회장)
펀더멘털(경제기초)에서 위험신호는 아직 없다. 대우차 매각이 차질을 빚으면서 외국인들이 증시자금을 뺀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다. 때문에 대우차 처리를 헐값에 넘기는 것은 명백한 국부 유출이다. 유가 인상분을 완충없이 소비자가격에 전가하면 충격이 너무 크며, 업종간 격차가 심한 상태에서 인플레 압력을 우려, 긴축기조로 선회한다는 것은 무리한 정책이다.
■곽상경(고려대 경상대학장)
기업과 금융권 부실을 제거하지 못한 결과 외부충격에 대한 가드를 완전히 내린 형국이다. 정부는 너무 빨리 축배를 들었고, 이 와중에 위기의 조짐은 소리없이 찾아들었다. 대우차 처리는 지금 가격을 따질 때가 아니며, 증시는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먹혀들지 않는다. 불경기가 목전에 있는데 유가 인상분의 소비자가격 반영과 거시운용의 긴축전환은 위험한 발상이다.
■김병주(서강대 경제학 교수)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된 결과 외부충격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대우차는 헐값에라도 조기 매각, 불확실성을 없애야 한다. ‘국부 유출’을 논할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 유가 인상분은 소비자 가격에 반영해 가격 기능으로 절약을 유도해야 하며, 증시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 지금이라도 성장률을 낮추고 안정화(긴축)로 선회해야 한다.
■김중웅(현대경제연구원장)
경제적 비상상황이다. 민생을 외면한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대우차 매각은 시간에 쫓겨 졸속이 되어선 안되며, 충분한 여건과 협상력부터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고유가 시대에 최선은 소비절약이지만, 인상폭은 정부가 탄력세율로 조정해야 한다. 증시는 시장에 맡기되 예금부분보장제 등은 재고해야 한다. 비상상황인 만큼 경제운용기조도 비상시국용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안국신(중앙대 경제학 교수)
구조조정을 서둘러 봉합하고, 경기부양을 택한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이 외부요인에 의한 충격을 확대시켰다. 대우차는 시간만 끌수록 비용만 들어가고 대외신인도만 추락할 뿐이다. 유가 인상분은 가격으로 흡수해 에너지 절약형 산업구조를 유도해야 하며, 증시는 대증적 요법은 이제 버려야 할 때가 됐다. 연초 긴축 타이밍을 놓친 결과, 경기 경착륙이 염려된다.
■유일호(조세연구원장)
구조조정의 문제다. 유가나 반도체 등 외부충격에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도 결국은 구조조정이 완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은 탄력세율을 쓸 단계는 아니지만, 유가가 계속 오른다면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대우차는 조기매각외엔 대안이 없다. 증시에 정부개입은 금물이다. 거시정책기조를 유지하느냐, 전환하느냐 보다는 부문 부문에 대한 미시적 접근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조건호(무역협회 부회장)
비축유가 있으면 방출하고, 안되면 탄력세율로라도 정부가 유가상승분을 흡수해줘야 한다. 대우차 매각은 제값을 받으려다가 시간을 끌 경우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으므로 빨리 인수자부터 정해야 한다. 증시부양을 위한 정부개입은 절대 금물이며 전적으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 정부는 경제정책의 신뢰성을 보여야하고, 경제주체들은 여기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정기영(삼성금융연구소장)
정부의 낙관적 자세와 상황변화에 대한 경직적 태도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
대우차 매각은 ‘무조건 빨리 팔아야 한다’‘무조건 외국에 매각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할 경우 협상력만 떨어진다. 증시는 시장에 전적으로 맡겨야 하지만, 유가는 거시경제 충격이 최소화하도록 탄력세율로 정부가 충격을 흡수해줘야 한다. 경기하강시점에 정책기조의 긴축전환은 타당치 않다.
■최운열(증권연구원장)
경제불안의 블랙홀은 개혁입법을 몇달째 방치하고 있는 정치권이다. 대우차는 시간을 끈다고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극단적인 경우 청산도 감수해야 한다. 에너지가격을 높여 소비를 억제해야 하고, 증시는 경제체질 강화로 승부해야지 단기 부양책은 독이 될 뿐이다. 섣부른 긴축은 시장을 파괴시킬 공산이 크다. 정부는 위기재발 가능성을 솔직히 시인해야 한다.
정리=이성철기자
sclee@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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