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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폭락장세 '민심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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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폭락장세 '민심주가' 아닐까

입력
2000.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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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는 폭락하고 환율과 금리는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심리적 공황상태에서 허덕이고 있다. 18일 거래소시장은 1년6개월여만에, 코스닥시장은 1년5개월만에 각각 최저치를 기록해 말 그대로 ‘블랙 먼데이’였다.이 여파로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사재기 현상이 벌어졌으며, 시중금리는 연 9%선을 넘어섰다. 다행히 증권·외환·자금시장은 다소 안정을 되찾았지만,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이러다가는 또다시 IMF위기를 맞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 각종 메가톤급 악재가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지만, 이러한 요인들은 오래 전부터 예견됐던 것들이어서 우리의 대처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진 념 재정경제부장관이 “시장에 필요 이상의 불안심리가 작용해 주가가 폭락했다”며 투자자들에게 냉정과 인내를 호소한 것은 이번 폭락사태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어서 실망스럽다.

정부는 이번 주가 폭락에 대해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 고유가, 반도체 가격 하락 등 외부 요인을 강조하고 있지만, 더 중요한 원인은 그동안 구조조정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한 우리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차 사태는 채권 금융기관의 추가 부담을 불가피하게 했고, 이는 금융·기업의 구조조정에 큰 차질을 예상케 해 주가 폭락을 가속화한 것이다.

정부는 투자자들의 불안이 어느 정도이고, 시장의 불신이 얼마나 깊은 지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정부의 지속적인 확언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에 대한 회의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가 뿐 아니라 환율 금리 등이 함께 심한 요동을 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증시는 단순히 기업경영성과에 따라 좌우되는 곳이 아니라 정치·사회·경제 등 각 부문의 활동이 전반적으로 투영되는 결과물인데, 현재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주가를 떠받칠 요인은 보이지 않는다. 시급한 민생현안들이 수북이 쌓여있고 개혁을 뒷받침해야 할 제도와 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는데도 정치권은 정쟁(政爭)만을 일삼고 있고 정부는 일손을 놓고 있다.

집단 이기주의는 갈수록 그 벽이 두터워지면서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증시를 살리려면 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이같은 각종 불안요인들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면 증시는 스스로 자생력을 회복할 수가 있다. 그리고 그 방안은 최소한 이미 약속한 구조조정만이라도 차질없이 수행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최근 증시를 두고 ‘민심 주가’라고 말하는 것을 당국은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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