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한 늦장마 끝의 한 줄기 햇살이었다.물가불안에, 주가폭락에 병원폐업으로 어수선하기만 한 국민들의 마음은 19일 오후 한 순간만은 더없이 상쾌했다. 대견스런 대한민국 여성 ‘신궁 트리오’의 시위 시위마다 시민들의 긴장 어린 눈길이 얹어졌고 금·은·동메달 석권이 확인되는 순간 긴장은 마침내 탄성으로 변했다.
윤미진(17·경기체고 2년) 선수가 마지막 활시위를 놓으며 1점 차로 언니 김남순 선수를 제치고 금메달을 확정짓자 경기 수원시 권선동 신우아파트 윤 선수의 집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어머니 김정희(46)씨는 “5일 전 베란다 고추화분에 벌떼가 날아드는 꿈을 꿨다”며 “지금 생각하니 과녁에 화살이 명중한다는 의미였나보다”고 기뻐했다.
김씨는 “남편과 맞벌이를 하며 근근이 1남4녀를 키우느라 막내 미진이 경기에 응원 한 번 못가봤다”며 “미진이가 어제 밤 전화로 오히려 식구들을 안심시켜 뭔가 해낼 거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윤 선수의 모교인 수원 경기체육고등학교 교정도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건물이 떠나갈 듯한 환호성이 곳곳에 울려퍼졌다.
김남순(20·인천시청) 선수의 경남 창원시 북동 집에서도 1점 차로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지만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TV로 딸의 모습을 지켜본 아버지 진택(53)씨는 “어린 나이에 올림픽에 출전하는 자랑스런 딸을 공항에서 배웅조차 못했는데…”라며 울먹였다.
어머니 심삼순(45)씨도 “어제는 도저히 잠을 못이뤄 방안에 정화수를 떠놓고 남순이의 선전을 기원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주변에서는 “매달 월급을 어머니 통장에 꼬박꼬박 입금시키는 효녀가 복을 받았다”고 칭찬했다.
돌아온 신궁 김수녕(29·예천군청) 선수의 가족들은 “아쉽지만 동메달도 장하다”고 기뻐했다. 남편 이기영(31·경기 안양백영고 체육교사)씨는 “아내는 개인전보다 단체전 금메달을 목표로 했다”며 “최선을 다하는 아내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딸 지원(6)양은 “텔레비전에 엄마가 나와 보고싶다”며 “엄마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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