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의 조기퇴진 발표 이후 군부의 움직임이 심상치않다. 내년 3월 총선을 실시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나왔지만 블라디미로 몬테시노스 국가정보부(NIS) 부장의 신변을 싸고 루머가 난무하고 일부에서는 쿠데타 가능성까지 제기하면서 군이 정국을 주도하는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현재 관심의 초점은 야당의원을 매수하려다 들킨 후 감금설, 도피설, 쿠데타 준비설 등이 무성한 몬테시노스의 행적이다.
부스테만테 법무장관이 19일 “몬테시노스 부장은 구금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고 그를 체포하라는 영장에 대해서도 아는 바 없다”며 군에 의해 구금돼 있다는 설을 일축했다.
일부 예비역 장성과 야당에서는 몬테시노스 부장의 구금설이 시간을 벌기 위한 책략이라고 비난했다. 1992년 후지모리 대통령의 축출을 위한 쿠데타에 참가했던 예비역장성 호세 살리나스 세도는 “몬테시노스 부장이 구금되지 않은 것 같지만 그의 행방을 알 수 없어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그들은 국민들을 농락하면서 현 상황을 넘기기 위한 시간을 벌고 있다”고 주장했다.
군의 쿠데타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몬테시노스가 쿠데타를 일으키기 위해 군대 내의 세력을 규합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또 야당의원인 카스틸로는 “몬테시노스와 군장성 20여명이 18일 국가정보부 본부에 모여 회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1990년 대선에 출마했던 마리오 바르가스는 “몬테시노스가 요직에 배치한 장성들이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몬테시노스와 그를 추종하는 군부의 일부 세력들이 현상황을 반전시키 위해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관련, 페루 언론들은 “군 총사령부가 쿠데타를 준비하기 위해 몬테시노스와 몇몇 장성들과 회합하는 자리를 급습, 그를 체포했다”고 미확인 보도를 하기도 했다. 알베르토 안드레이드 리마 시장도 몬테시노스는 아직 국가정보부를 장악하고 있으며 국가정보부 본부 건물에 숨어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분석가들은 몬테시노스가 군부세력을 등에 업고 쿠데타를 일으킨다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며 군부가 현재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 영향력을 향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후지모리의 조기 퇴진 발표 직후 페루 군부에 대해 평화적인 정권이양을 호소한 배경도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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