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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 기자의 막전막후] 76단 '대대손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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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 기자의 막전막후] 76단 '대대손손'

입력
2000.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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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떼 에라이 코우 코쿠노 코구민니 나루노다, 와카루?" 일본 극단의 원어 연극이 아니다. 극단 76단의 '대대손손'. 작·연출자 박근형씨가 이번에는 대단히 즉물적인 전략을 택했다."…그래서 위대한 황국국민이 될 수 있는 거란다, 알겠니?"라는 말을 그는 원어 그대로 21세기의 대학로 관객에게 들이 밀기로 했다.

'이자의 세월' '쥐' 등 그의 최근작에서 열연을 펼쳤던 천정하 최정우 등 낯익은 배우들이 다다미방에서 황국 신민되기를 연습하는 한국인으로 변한 것은 그래서다.

신작에서 20분 가까이 펼쳐지는 '원어 연기'는 최근 육박해 오는 일본 문화를 바라보는 그의 연극적 선택이다.

"잊고 있던 친일의 잔재가 모양을 바꿔 불거지고 있는 요즘, 식민 통치의 원인은 바로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새삼 말해주고 싶었어요."

흔해빠진 한국어 번역 자막 영상도 없이 펼쳐지는 배우들의 또박또박한 일어 연기는 그러므로 그의 명료한 연극적 선택이다.

'쥐'(99년)가 이 시대에 만연한 이기주의를 비틀었다면, '청춘예찬'(98년)은 못 가진 자들의 절망을 통해 우리 사회에 일침을 가한 작품이었다.

이 연극에서 그는 잠재해 있던 역사 의식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식민 시대를 만든 원인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 생각해요. 우 리가 자신을 팔아넘기는 현실은 지금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박근형씨의 이 같은 시대 의식이 살아 있는 '대대손손'은 10월 29일까지 정보소극장에서 펼쳐진다.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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