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에게도 박수를.' 금메달리스트에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기 마련인 올림픽이지만 실력에 관계없이 끝까지 잘 싸운 선수가 때로 더많은 관객들의 박수를 받는다. 적도 기니의 수영선수 에릭 무삼바니(22)가 바로 그런 경우.무삼바니는 19일 남자 100m자유형에 출전, 1분52초72의 대기록(?)으로 예선 첫경기에서 탈락했다. 예선 1위인 포포프의 기록과는 1분도 더 차이가 났다. 200m 금메달리스트인 반 덴 후겐반드의 기록보다도 7초가 늦었다.
하지만 그는 시드니 아쿠아틱 센터를 가득 메운 1만7,000여명의 관객들로부터 포포프보다 더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의 독특한 영법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올림픽 정신 때문.
무삼바니에게 이번 100m 경기는 처음으로 치른 정식 경기였다. 가난한 서아프리카 그의 조국에서 그는 20m 풀에서 연습했다. 레인은 단 한개. 그런 그에게 50m 길이의 8개 레인 아쿠아 돔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죽을만큼 으리으리했다. 더구나 그는 100m 내내 수천 관중들 앞에서 혼자 레이스를 펼쳤다.
3명만이 출전한 경기에서 나이지리아와 타지크선수가 빠른 출발로 잇달아 실격패한 것. 하지만 무삼바니는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배운대로 헤엄쳤다. 남들이 하는 보통 자유형 영법 대신 고개를 들고 구팔과 다리로 힘차게 물살을 갈랐다.
개막식날 11만 관중 앞에서 홀로 깃발을 들고 입장할 때와 마찬가지로 당당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한참만에 골인하면서 마치 금메달이라도 따낸듯 힘차게 만세를 불렀다. 그는 "관중들의 응원과 박수 소리가 큰 힘이 되었다. 그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선수와 관객이 하나되는 순간이었다
시드니=특별취재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