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천황이 문서로 사죄해야만 한다”17일 오후 3시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시 유대인대학살(홀로코스트) 추모박물관 지하 소강당.
나치 독일의 학살만행을 고발하는 각종 사진 등이 전시돼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 기념관에서 일본군 군대 위안부 피해자 출신 할머니들이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의 성범죄를 만행을 생생하게 증언하자 미국인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NPR)의 앵커 수전 스탬버그의 사회로 진행된 군대위안부 토론회에서 하얀 한복 차림의 김상희(80)할머니는 “17살때 친구와 함께 동네 사진관에 다녀오다 일본군에 붙잡혀 끌려가 중국, 싱가포르 등으로 옮겨가며 일본군의 성노리개가 돼야만 했었다”며 고통스런 과거를 돌이켰다.
그날의 참혹했던 순간에 설움이 복받친 듯 김 할머니가 “보통 30분마다 1명씩, 일요일에는 5-10분마다 1명씩 일본군을 상대해야만 하는 끔찍한 생활을 했다”며 울먹이자 좌석을 가득메운 250여명의 방청객들은 연신 안타까운 탄성을 쏟아냈다.
김 할머니가 증언을 마치자 미국인들이 대부분인 방청객들은 김 할머니의 용기에 찬사를 보냈다.
이에 앞서 나치 전범 추적으로 명성높은 일라이 로젠바움 미 국무부 특별수사국장은 개회사에서 “일본 제국주의 군대는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20여만명의 여성을 납치하는 사상 초유의 만행을 저질렀다”며 “세계는 전쟁에서의 성폭력 범죄를 더 이상 외면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군대위안부(Comfort Women)’란 말을 처음 들었다는 한 40대 미국인 여성은 “일본군의 행태는 오히려 나치 독일군보다 더 반인륜적 범죄”라며 “이같은 만행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라디오로 미 전역에 생중계된 이날 행사에는 김 할머니 외에도 한국 출신 4명과 대만 출신 1명 등 모두 모두 6명의 군대위안부 생존자가 자리를 함께 했다. /워싱턴
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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