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신남북문화를 생각한다/ (3)통일문학사란 어떻게 가능한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신남북문화를 생각한다/ (3)통일문학사란 어떻게 가능한가

입력
2000.09.19 00:00
0 0

통일문학사를 논의하는 마당이라면 그 사안의 중차대함으로 말미암아 유의할 점이 많겠지만, 그 중에서도 초보적인 과제의 검토가 요망되지 않을까 한다.그것은 의식적이든 아니든 체험적 사실에 관련된다. 가령, 민촌 이기영 (1895∼1984) 의 소설 '개벽' (1946) 과 이에 이어진 그의 대표작 장편 '땅' (1948) 을 남한의 독자들이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그야 한글로 되어 있고 조선적 표정을 짓고 있지만 그 주제 사상은 토지개혁에 놓여 있다. 무상몰수 무상분배 (1946. 2) 의 원칙에 기반을 둔 이 작품은 신한공사 주도의 유상몰수 유상분배의 경험밖에 없는 남한 독자에겐 직접성이 있기 어렵다.

엄밀히 말해 이런 작품의 이해란, 외국작품의 그것과 동일 레벨에 놓여 있다고 볼 것이다. 그것은 중국 혁명사회를 다룬 정령(丁玲)의 '태양은 상건하에 비친다' (1948)와 비슷한 범주에 든다.

북한 독자 측의 사정도 같다. 채만식의 '논 이야기' (1946)가 지닌 통렬한 풍자는 그들에게도 외국문학 범주가 아닐 것인가.

이러한 가장 초보적인 사실에서 보면 통일문학사론이란 원리상으로 보아 성립되기 어렵다. 이에 막바로 대응되는 것이 이른바 남북 병행문학사론이다.

남한문학사, 그것은 그대로 온전한 것, 꼭 마찬가지로 북한 문학 그것도 그 자체로 체계적이고 완벽한 것이다. 각자 독자적 목표와 이념으로써 역사를 전개한 경험적 사실의 산물인 까닭이다.

북한문학 50년사를 들여다보면, 주체문학론 (1967) 이전과 이후로 대별되며, 전자가 구카프계의 이른바 평양중심주의 세력이 주도했다면, 후자는 유일사상인 주체사상의 전면적 전재이자 해방 이후 세대가 주도한 것으로 되어 있다.

당성, 인민성, 계급성에 기초를 둔, 내용상에서 사회주의적이고 형식상에서 민족적인 북한문학사는 구 소련, 중국을 포함한 이른바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범주의 일환이지만, 남한 독자 측에서 볼 때 단연 관념적임을 면치 못한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어떤 방도가 있을까. 이 물음은 단연 의지적이자 의욕적이 아닐 수 없는데, 준 통일문학사론의 모색이 그것이다.

그것은 다음 두 가지 경험적 사실에서 도출되는데, 이른바 국민국가를 모델로 해서 개화기 이래 이 나라 민족문학이 성립되어 왔다는 분단 이전까지의 사실이 그 하나이다.

남한문학도 북한문학도, 개화기에서 분단 이전까지를 경험적으로 공유해온 이 역사성이야말로 병행문학사론을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 근거이다.

다른 하나는, 이 점이 소중한데, 남북한 문학작품을 한자리에 놓고 그 '현실적 근거' 에 따라 재검토함이 그것이다.

남북한 문학사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위의 두 가지 사실에서 논의를 하기 시작한다면, 아마도 다음 7개항에 동의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1) 민족주의문학과 카프문학 간의 모순성.(2) 해방공간에서의 민족·계급론의 모순성.(3) 빨치산 문학의 비교 - '제2전구' (박태민ㆍ1949) 와 '태백산맥' (조정래ㆍ1989)(4) 6·25문학 비교 - '취우' (염상섭ㆍ1953)와 '대동강' (한설야ㆍ1955)(5) 역사적 상상력 속의 비교 - '갑오농민전쟁' (박태원ㆍ1980)과 '장길산' (황석영ㆍ1983)(6) 시금석으로서의 '임꺽정' (홍명희ㆍ1928∼1940)(7) 남북한 문학장르의 이동점 - 서정 서사시, 중편 등.

아마존 강은 두 흐름의 합수라 우기에 따라 한 쪽은 홍수물이고 다른 쪽은 맑은 흐름이라 한다. 두 물줄기가 합수하긴 하지만 상당한 동안 섞이지 않고 멀리까지 나란히 흘러 마침내 바다에 든다고 들었다.

통일문학사론을 논의하는 이 마당에 아마존 강물이 떠오름은 나만의 편견일까.

김윤식 문학평론가ㆍ서울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