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바둑계 최고의 인물은 아마도 ‘불패소년’ 이세돌 3단(17)이 아닐까 싶다.연초 파죽의 32연승으로 최다 연승 3위 기록을 갈아 치우더니 얼마 전에는 신예프로10걸전에서 형 이상훈 3단과 함께 결승전에 진출, 또 다시 장안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친형제가 타이틀을 놓고 격돌하는 것은 한국 바둑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어느 대회든 ‘동족상잔’을 피하기 위해 주최측에서 처음부터 조 편성을 달리 하는 것이 관례지만 이번처럼 두 기사가 모두 결승에 진출했을 경우에는 도리가 없다.
국내 바둑계에는 이들 외에도 부부기사 부녀기사 등 기사 가족이 적지 않다. 형제기사의 경우 조상연 5단과 조치훈 9단을 먼저 꼽을 수 있는데 둘다 일본기원 소속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순 국산 제1호는 김수영 7단-김수장 9단 형제가 될 듯.
얼마 전에는 새내기 박승철 초단의 동생(박승현)이 입단, 형제기사 대열에 합류했다. 부부기사로는 작년부터 한국에 정착한 장주주 - 루이나이웨이 9단이 있다. 루이 부부는 연초 국수전 본선에 나란히 진출, 첫 부부대결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장이 초반 탈락하는 바람에 무산되기도 됐다.
이밖에 권갑룡 6단과 권효진 2단이 부녀기사이고 김효정(2단) - 현정(일본기원 초단) 자매는 각각 한일 양국에서 활약하고 있다.
흔히 ‘형만한 아우 없다’고 말하지만 바둑계에서는 하나 같이 아우가 형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편. 어려서부터 형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조기 교육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동생의 대성을 위해 형이 뒷바라지를 맡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돌 형제도 원래는 형 상훈이 일찍이 기재를 발휘, 입단 초기에 맹활약을 했지만 세돌의 입단 이후 자신의 꿈을 접고 집안 살림을 책임지는 등 뒷바라지에 힘써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과연 형제 대결 결과는 어찌될까. “프로니까 승부를 양보하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그렇지만 세돌이가 열심히 둬서 이겨 갔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제 심정입니다.” (상훈) “아직도 형이 훨씬 더 세요.” (세돌)
형제간의 우애가 듬뿍 묻어난다. 결과는 두고 봐야 알 일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누가 이기든 우승, 준우승 상금이 모두 한 집안으로 들어간다는 것. 그러고 보면 이번 형제 대결에서 가장 실속있는 사람은 상금을 몽땅 챙기게 될 집안 살림꾼 누나(이세나 아마5단)가 아닐지 모르겠다.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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