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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 '과도한 염색'규제 서태지만은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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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읽기 / '과도한 염색'규제 서태지만은 예외?

입력
2000.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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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60년대인가. 16일 KBS '연예가중계' 에서 서태지 기자회견 장면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깜짝 놀랐다. 마치 몇 십년전 자료화면처럼, 서태지의 얼굴이 흑백으로 나왔다.연예가 중계는 9일 방송분에서도 서태지의 콘서트 장면도 흑백으로 처리했다. 붉게 물들인 그의 머리 때문이다.

복장규제가 엄격하기로 유명한 KBS가 다른 연예인들에게는 엄격히 적용하는 규제기준을 서태지라고 예외를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연예계 최대 이슈인 서태지를 외면할 수는 없어 결국 '흑백처리' 라는 웃지못할 고육책을 택한 것이다.

그나마 '쇼 행운열차' 등 다른 오락프로그램이나 뉴스 자료화면에는 붉은 머리가 그대로 나가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KBS관계자는 '기준완화 여부를 고민중' 이라고 밝혔다. 서태지의 화면 등장 여부는 서태지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신화, 베이비복스, god 등 댄스 가수들은 KBS에 출연하려면 흑색 헤어스프레이나 모자 등 머리염색을 가리기 위한 소도구를 동원해야 한다.

반면 MBC는 서태지의 모습이 8월 박지원 장관의 '선정성 발언' 이후 강화된 자사 규제기준에 비추어도 전혀 무리한 것이 아니었다고 판단하고 앞으로도 선택적인 규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서태지의 헤어스타일은 '우주로부터의 귀환' 이라는 앨범 컨셉을 나름대로 고려한 장치로 보였다" 면서 "근거도 없이 겉으로만 과도한 염색은 '프로그램 품질관리' 차원에서 앞으로도 계속 제재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겉으로 보면 유연한 자세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 걸명 코걸이' 식의 자기 편의주의는 다분히 불평등의 소지가 많다.

자칫 서태지 같은 인기스타는 되고, 그렇지 못한 가수는 안된다는 식의 발상이다. 또 노래의 컨셉과 복장이 맞느냐, 아니냐의 기준도 주관적일 우려가 높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 방송에서 통용되는 염색규제 기준은 '과도한 염색' '시청자의 상식선' 등 상당히 포괄적이어서 혼란과 '불평등'의 소지가 높다.

그래서 가수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70년대 미니스커트를 규제하듯이 '무릎 위 20cm' 같은 기준을 만들어라는 비아냥거림도 나오고 있다.

형평성 논란의 여지가 있는 규제, 그리고 분명하지 못한 기준이 이번 서태지 방송의 해프닝을 만들었다. 왜 꼭 머리염색만 문제가 될까.

과도한 노출이나 야릇하고 선정적인 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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