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등대] 씁쓸함 남긴 '양보문화' 사이버舌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등대] 씁쓸함 남긴 '양보문화' 사이버舌戰

입력
2000.09.19 00:00
0 0

18일 N컴퓨터통신 게시판에서는 노약자에 대한 양보문화를 주제로 네티즌들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져 씁쓰레한 뒷맛을 남겼다.이 공방은 13일 오후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며 꾸짖는 70대 노인의 등을 발로 차 넘어뜨려 숨지게 한 이모(15·인천A중3)군의 행동이 촉발시킨 것이다.

이번 사건이 웃어른을 공경하는 전통의 미풍양속을 무너뜨린 ‘패륜행위’라는 사회일반의 인식에 맞서 일단의 네티즌들은 이군의 행동이 잘못됐다면서도 “일방적인 자리양보 강요는 횡포나 다름없다”는 등의 주장을 펴며 전통적인 양보문화에 반기를 들었다.

한 네티즌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똑같이 돈내고 타는 지하철에 먼저 앉으면 임자지 노인이라서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주장했다.

‘장유유서는 가치있는가’라고 반문한 네티즌은 “초등학교부터 맹목적으로 교육받던 노인공경은 농경사회의 논리”라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또다른 네티즌은 “이번 사건은 반성과 인내를 모르는 요즘 청소년들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충고했고, 또다른 네티즌은 “어른에 대한 공경은 먼저 세상을 경험한 사람에 대한 대접”이라고 주장했다.

이군이 재학중인 A중의 이모(39·여)교사는 “요즘 학생들을 보면 전통의 가치에 순종하기보다 ‘내가 (돈을) 낸 만큼은 받아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고 귀띔했다.

팔순의 부모를 모시고 사는 김모(57·경기 성남시)씨는 “빠르게 변하는 세태에 늘 놀라고는 있지만 뿌리깊은 의식구조에 당돌한 논리로 맞서는 젊은이들을 볼때마다 왠지 씁쓸해진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