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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판 '독립군' 홍승엽 프랑스 리용을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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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판 '독립군' 홍승엽 프랑스 리용을 흔들다

입력
2000.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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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엽(38)이 이끄는 무용단 '댄스시어터 온' 이 무용의 도시 프랑스 리용에서 멋진 성공을 거두고 돌아왔다. 세계적 권위의 리용 댄스 비엔날레 초청공연에서 대단한 호평을 받은 것이다.8일 개막해 30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비엔날레의 초반 화제는 댄스시어터 온에 모아졌다. 프랑스 최고의 일간지 '르 피가로' 가 공연 사진과 리뷰를 큼직하게 실는 등 언론의 관심도 집중됐다. '르 피가로' 에 한국 춤이 실리기는 일제시대인 1930년대 최승희 이후 처음이다.

그쪽 언론들은 홍승엽의 안무방법과 작품세계, 특히 기 (氣) 를 기본으로 한 무용수들의 독특한 움직임에 큰 관심을 보였다. 댄스 시어터 온은 '데자뷔' 와 '달 보는 개' 두 편으로 700석의 크루아루스 극장에서 8~ 12일 5회 공연했다.

당초 예정은 3회였으나 두 달 전 입장권이 매진되자 주최측이 추가 공연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첫 공연 이후 입소문이 나서 입석까지 팔렸다. 특히 '데자뷔'는 비엔날레 주최측이 자청해서 제작비 10만 프랑을 지원한 작품이다.

리용 댄스 비엔날레의 예술감독 기 다르메는 홍승엽을 '한국의 윌리엄 포사이드' 로 격찬했다. 독일 프랑크푸트르 발레단의 윌리엄 포사이드는 지적인 안무 작업으로 유명한,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무용가의 한 사람이다.

유럽 무용계를 움직이는 거물급 인사가 홍승엽의 작품을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한 것이다. 전혀 알려지지 않은 낯선 단체가 유럽 무용의 한복판에 누부시게 등장한 셈이다.

댄스시어터 온의 리용 행은 극적인 사건이었다. 지난해 말 다르메가 비엔날레 초청 단체를 고르려고 한국에 왔을 때 댄스시어터 온은 문화관광부의 추천 명단에 들어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떠나기 전날 밤, 평론가의 소개로 댄스시어터 온 연습실을 찾은 다르메는 '이런 단체가 왜 눈에 띄지 않았는가. 이제야 눈과 마음이 씻겨지는 것 같다' 고 극찬했다.

다르메는 내한 당시 40개 이상의 무용단을 만나본 뒤 댄스시어터 온과 창무회 두 단체를 선정했다. 창무회는 리용에서 27~29일 공연할 예정이다.

홍승엽이 93년 댄스시어터 온을 창단했을 때 "몇 년 안 가 고꾸라질 것"이란 말이 많았다. 대학 중심의 학연이 아니면 무대에 서기조차 힘든 국내 무용 풍토에서, 그런 관행을 완전히 던져버리고 철저히 프로를 지향하는 '독립선언' 을 했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댄스시어터 온은 줄을 잘 서는 것과는 동떨어진 '모난 돌' 들의 모임처럼 보이기도 하고, 심지어 무용계의 '왕따' 로 질시와 외면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학이라는 기반도, 후원자도 없이 지금까지 버틴 것은 기적에 가깝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오직 춤에만 매달린 가난한 무용가들의 열정이 있다. 댄스시어터 온의 13명 단원 중에는 돈이 없어 밥을 굶거나 새벽에는 신문을 돌리고 밤에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도 있다.

리용에서는 눈부셨지만, 서울로 돌아온 지금 그들 앞에는 다시 고단한 현실이 가로놓여 있다.오미환기자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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