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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발상전환이 필요하다

입력
2000.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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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에 나는 발트 3국과 스웨덴 노르웨이를 여행했다. 이 작은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서양사를 전공하는 나는 느끼는 바가 많았다.그 하나는 우리가 빈부의 기준으로 사용하는 국민총생산(GNP)의 허구성이다. 국민소득이 2,200~2,500달러에 불과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그리고 리투아니아를 여행하면서 '과연 이들이 우리보다 가난한 가'를 반문해 보았다.

수도인 탈린아나 빌니우스는 규모는 작지만 14~15세기의 고풍어린 굅탔~ 지닌 시내 곳곳에 넓은 공원이 잘 배치된 격조있는 도시였다.

국민들은 우리처럼 고가의 전자제품이나 자동차를 소유하지는 못하겠지만 거리의 공기는 청정하고 가난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비해 국민소득이 2만5,000달러인 스웨덴이나 노르웨이는 정갈하고 잘사는 나라였지만 물가가 비쌌다. 이들을 보면서 나는 한국의 중산층이 '흥청망청 참 잘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에서도 늘어난 2인용 소형차. 절대다수가 휘발유 절약을 위해 수동식 자동차를 운전하는 빡빡한 중산층의 생활을 목도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받은 또 다른 충격은 지구화(globalization)가 무서운 속도로 진행될 뿐 아니라 지난 20년 사이에 대다수의 제3세계 국가들이 점점 더 가난해지고 있어서 세계 자본주의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환경운동가들은 전 셰계인이 미국의 중산층처럼 소비한다면 지국는 3년 내에 몰락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서방의 시민운동은 대안적 삶의 방식을 위한 실천을 호소하고 있다. 요즈음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선정적인 공방전이 오가고 있다.

더구나 정치인과 언론이 여론몰이를 하면서 '태풍으로 피해를 입어 경제가 가뜩이나 위축된 이 마당에 어떻게 북한에 쌀 지원을 할 수 있느냐'며 목청을 돋우고 있는 이는 국민의 불만심리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주장 되에는 그간 누린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는 안간힘이 들어있으나 GNP로 계산되는 물량적 성장위주의 삶의 방식이 정당한지 그리고 지속가능한지에 대한 성찰은 없는 것 같다.

강팍한 세계화의 현실 속에서 어렵사리 시작된 남북협력이 남북한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는 묘책이 강구돼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억지부리기를 불사하는 북한의 태도에 대한 비판도 차차 제기돼야겠지만 북한의 변화만을 요구하면서 남한사회의 개혁을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하는 태도도 버려야 한다.

우리가 지닌 천박한 자본주의적 행태 그리고 1997년의 경제위기 이후 늘어난 빈부 격차나 실업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통일과 함께 어떤 대안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지에 대한 국민적 토론과 결합돼야한다.

우리 국민들이 새로운 대안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에 진정으로 공감한다면 굶주리는 북한 동포를 위한 작은 나눔에 보다 관대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독일통일은 브란트 수상이 야당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독에 보낸 무상원조를 통해 축적된 신뢰, 서독의 풀뿌리 민주주의 그리고 과감한 복지정책을 통해 가능했다는 사실을 다시 환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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