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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원미경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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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원미경 돌아오다

입력
2000.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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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하면 으레 연상되는 모습이 아니다. 말씨와 얼굴의 잔주름에서 생활의 냄새가 배어나지만 아줌마의 펑퍼짐한 몸매는 결코 아니다. 마흔의 여자, 원미경.그가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 3의 성으로 불리는, 21세기에 남은 마지막 천민이라는 자조섞인 소리까지 나오는 ‘아줌마’의 대변자로 나섰다.

18일 첫방송을 타는 MBC월화 드라마 ‘아줌마’ (정성주 극본, 장두익 연출)에서 원미경은 남편과 시댁 식구로부터 무시당하는 전업주부이지만 서서히 자아를 찾아가는 적극적인 아줌마상을 표출한다.

1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한 주택가 촬영장에서 만난 그는 분홍색 니트 상의에 체크바지 차림으로 장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현실 생활을 드라마로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주부들에게 일상일 테지만 연예인에겐 낯선 일일수 있는 것들에 대해 원미경은 강한 애착을 내보인다.

“엄마가 없으면 집에 있는 세 아이가 금방 표시를 내는 데 걱정이에요.” TV화면 속의 연예인이라는 선입견을 배제하고 만났다면 잠시도 자식들 걱정에서 해방될 수 없는 영락없는 아줌마의 모습이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난 뒤 남은 음식을 보며 아까워하는 모습에서나 “남편은 하늘이어서 아내는 애교를 떨어야 집안이 편해진다” 는 수다까지 아줌마의 체취가 배어나온다.

그는 나이를 속이지 않는 몇 안되는 연기자다. 인기라는 허명에 잡혀 나이를 속이는 것이 다반사인 연예계에서 세월의 흐름을 떳떳하게 받아들이는 원미경.

“아줌마라는 단어를 듣기 좋아해요. 친근감이 있잖아요. 물론 차를 거칠게 몰거나 수치심을 못느끼는 측면도 있지만 ….”이 말은 전업 주부의 고달픔을 체감하지 않는 사람의 여유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집에 자녀들의 사진들로 벽을 가득 메운 것에서 알 수 있듯 여느 아줌마처럼 자식이 우선이다.

“자식을 네 명쯤 낳을려고 했는데 세명에 그쳤어요.” 대중의 시선을 의식, 임신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연예계의 일반적인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초등학교 다니는 자녀들의 담임교사 이름까지 정확히 알고 있는 원미경은 가사의 고달픔 대신 연기의 긴장성을 천형처럼 지니고 산다.

15일 드라마 시사회장에서도 연기에 향한 그의 치열한 정신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들 편안히 앉아 1회분을 감상하고 있는데 원미경 만이 안절부절하며 시사회 내내 서 있었다.

열아홉 미스롯데로 연예계에 데뷔,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주연을 도맡아 웬만한 배역에도 끄떡 않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 그는 새로운 드라마에 출연하면 긴장으로 잠을 못 이룬다고 했다.

“ ‘은실이’ 이후 1년6개월만에 다시 출연하게 됐어요.너무 일상적인 배역이어서 리얼리티를 살리는 것이 더욱 힘듭니다. ”

그는 자신의 연기 체질을 안다. “끼가 많은 김희선이나 강수연을 보면 상대적으로 뻣뻣한 제 자신에 화가 나요”하지만 그는 그 누구보다도 노력하는 연기자이다.

대사를 수없이 반복 연습하고 단어의 장단음까지 따져 가면서 캐릭터를 분석하는 노력이야말로 그가 스타로 부상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남편 MBC이창순은 이런 아내 원미경을 두고 “꼭 한번 작업을 해보고픈 연기자”라고 우회적으로 칭찬한다.

선이 강하고 카리스마가 드러나는 원미경은 세월이 흐를수록 전체 드라마의 흐름과 분위기를 장악하는 능력도 체득, 주연 임에도 튀지 않고 다른 연기자들과 조화를 이룬다.

‘아줌마가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는 구호가 등장하고 아줌마에 대한 생산적인 담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 남편에게 무시당하고 시댁 식구에게는 파출부 역할로만 받아들여지는 아줌마역을 맡게 된 원미경.

그가 드라마 ‘아줌마’에서 어떤 모습을 표출할지 이 땅의 아줌마들은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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