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네 편이나 선보인 우리 공포 영화들은 최근의 할리우드 틴에이저 공포물을 흉내내다만 수준에 그쳤다.이에 실망한 공포 영화 팬을 만족시켜줄 작품이 재출시된 ‘헬레이저 (Hellraiser)’ (18세, 시네마트)다.
‘무삭제, 무편집의 원판 재출시’ 를 자랑하게 된 것은 ‘헬레이저’가 워낙 끔찍한 공포물이었기 때문이다.
피부를 찢어 발기는 갈고리와 낭자하게 흐르는 피, 괴물 파충류들이 끈적거리며 달겨드는가 하면, 성적 욕망을 채우기 위한 존속 살인, 삐걱거리는 마루 바닥 집, 루비 큐빅 무늬 맞추기 등, 공포 영화에서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장치들이 안도의 숨을 내쉴 틈을 주지 않고 이어진다.
그러나 ‘헬레이저’ 에서 가장 잊지못할 캐릭터는 지옥에서 온 핀헤드일 것이다.
얼굴 가득 바늘을 꼽은, 이 영화에서는 그나마 가장 기품있고 잘 생긴 편에 속하는 이 잊을 수 없는 캐릭터는 후반에 등장하는 조연에 지나지 않았지만, ‘헬레이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 주자가 되었고, 이후 시리즈물의 주연이 되었다.
이 핀헤드에 반했다면 속편인 ‘헬바운드’ ‘헬레이저 3’ ‘헬레이져 4’까지 찾아 보시길. ‘피의 책’ 이라는 공포 소설로 유명했던 영국 작가 클라이브 바커가 자신의 단편 ‘더 헬 바운드 허트’ 를 각색하여, 1987년에 감독 데뷔 한 ‘헬레이저’는 저예산 공포 영화의 모범으로 삼을 만하다.
유명 배우나 돈 들인 무대 장치 없이, 특수 분장의 기이한 캐릭터와 광선과 연기의 간단한 시각 효과, 찢겨진 살조각이 전부일 정도. 공포 영화에서도 중요한 것은 이야기이며, ‘헬레이저’ 처럼 엽기적인 상상력이 겸비된다면 금상첨화라는 진리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래리(앤드류 로빈슨)는 새 아내 줄리아(클레어 히킨스)와 오래 비워두었던 고향 집으로 이사를 한다. 내켜하지 않던 줄리아는 래리와의 결혼을 앞두고 관계를 가졌던 시동생 프랭크의 흔적을 발견하고 이사를 결심한다.
침대 매트를 옮기던 래리가 손등을 찔려 피를 뚝뚝 떨구자 지옥에서 탈출해 이 집 마루 바닥에 숨어있던 프랭크가 되살아난다.
인간의 피를 필요로 하는 끔찍한 형상의 프레드는 줄리아의 성적 욕망을 이용하는데….
감상 포인트/혼자서는 보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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