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보다는 캐릭터가, 스토리보다는 서정성이 강한 드라마입니다. ” 18일부터 방송되는 KBS 새 미니시리즈 ‘가을 동화’는 잔잔한 가을 트렌디이다.윤석호 PD는 동화처럼 간단한 이야기구조에 배우들의 이미지를 채색하는 것으로 이 드라마의 기본 틀을 잡고 있다.
뒤바뀐 인생과 남매간의 사랑, 그리고 송승헌과 송혜교, 원빈 등 주역들의 이미지에 ‘가을 동화’처럼 맞아 떨어지는 제목도 없을 듯 하다.
남남인 줄도 모르고 14년간 남매로 지내온 은서(송혜교)와 준서(송승헌)의 사랑에 준서의 친구이자 호텔 재벌의 아들인 강민(원빈)이 삼각관계를 이룬다. 여기에 은서와 산부인과에서 운명이 뒤바뀌어 국밥집 딸로 살아온 신애(캐스팅 미정)의 질시와 훼방, 준서의 약혼녀인 신유미(한나나)의 안타까운 감정이 더해진다.
‘느낌’의 류시원, ‘순수’의 명세빈을 발굴한 이미지의 명장 윤석호PD답게 이번 드라마에서도 주역들에게 자신만의 색깔을 입힐 예정이다.
송혜교에게는 ‘순풍산부인과’의 수다스럽고 귀여운 여동생 이미지 대신 성숙한 여인의 색깔을, 송승헌에게는 음울하지만 부드러운 색채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꼭지’에서 색다른 면모를 보였던 원빈은 다소 건들건들하고 거칠지만 여린 속내를 가진 부잣집 아들로 변신한다.
단 극중에 악역을 잘 쓰지 않는 윤PD가 그럴듯한 동화적 설정을 위해 모처럼 시도하는 역동적인 악역 신애는 마땅한 연기자가 생각나지 않아 고민중이다.
트렌디 드라마이지만 화려하지만 자극적인 도시의 공간 대신 소설 ‘메밀꽃 필무렵’의 배경인 강원도 봉평의 하얀 메밀밭과 맑고 푸른 동해바다를 배경으로 한다.
설악산의 가을 색채, 고즈넉한 초가집, 주인공들의 작업 공간인 시골 폐교의 아틀리에 등 감각적이고 서정적인 디테일이 적잖이 동원된다.
이 드라마가 지향하는 서정성은 ‘각박한 세상을 적실 수 있는 촉촉함’이다. 목소리를 높이거나 목놓아 우는 대신 작은 손짓과 눈길만으로 애틋함이 느껴지는 나지막한 감정이다.
윤 PD는 ‘영화 ‘러브레터’의 애잔한 느낌’을 지향한다고 한다. 분위기와 이미지 못지 않게 섬세하고 깊이있는 연기가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화면과 더불어 배우들의 몫이 크다.
/양은경기자 key@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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