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가 졸업·휴학생에 대해 도서관 열람실 이용료를 받겠다고 선언, 학생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이 사태를 계기로 대학 게시판 등에서는 대학 도서관의 문제점들이 새삼 논란이 되고 있다. 10년 전과 별 다름없이 최신 전문지나 신간은 태부족이고 자료검색의 전자화는 아직도 요원하다. 대학 도서관 개선방향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실태
전국 200여개 대학 도서관중 장서 100만권 이상을 보유한 곳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단 5곳뿐이다.
이 가운데 국내 최다장서를 자랑하는 서울대 도서관이 207만여권. 이마저도 북미 지역 111개 대학이 가입돼 있는 연구중심대학도서관협회(ARL)의 1999년도 통계에 따르면 97위에 불과하다.
특히 문제는 최신 전문잡지와 신간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대학 예산 편성과정에서 도서 구입 및 도서관 관련 예산이 매번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서울대의 올해 도서구입비는 43억여원. 지난해 79억여원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이 때문에 올해 구독 학술지는 지난해 4,640여종의 3분의 2 수준인 3,340여종으로 줄었다.
첨단 연구성과를 따라잡아야 하는 연구자들로서는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올해 도서구입비도 각각 2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 대학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불만의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서울대 허모(33·박사과정 수료)씨는 “논문자료를 찾으러 가면 십중팔구는 없다”면서 “차라리 어느 대학 도서관에 어떤 책이 있는지나 제대로 알려달라”고 적었다.
한 고려대생도 게시판에 “어학용 사전은 갖춰 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차라리 내 책을 기증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 도서관이 고시나 입사시험, 각종 자격증 준비생들을 위한 독서실로 변한 것은 어제 오늘 얘기도 아니다.
■개선방안
전문가들은 대학 도서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면 전자도서관을 설립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대는 지난해 교내 학술정보원 연구진을 중심으로 ‘학술정보시스템 확충 방안’을 마련, 외국 주요 대학의 최근 논문까지 검색이 가능하도록 하는 한편 2003년까지 전자도서관 체계를 완비할 방침이다.
고려대도 오라클과 삼보정보시스템 등에 의뢰해 도서·논문 목록 검색시스템을 갖췄고 올해 안에 전자도서관 체계수립에 관한 구체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문제는 역시 예산. 그나마 서울대는 지난해 대학원중심대학 육성을 위한 ‘두뇌한국21’(BK21) 사업에 선정돼 7년간 300억원 정도의 전자도서관 관련 예산을 지원받게 되지만 나머지 대학은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체계적인 도서관리도 필수다. 대부분의 대학 도서관은 전문사서가 부족해 도서 대출·반납을 공익근무요원에게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청주대 이진영(李鎭榮·문헌정보학) 교수는 “사서를 책 빌려주고 도서 정리하는 사람 정도로 취급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신간 도서와 학술지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전문인력 양성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도서관장 이석호(李錫鎬) 교수는 “국내 대학 도서관이 세계 수준에 한참 모자라는 게 사실”이라며 “학문적 성과를 보존하고 연구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도서관의 본래 기능이라는 점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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