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휘발유 탄력세율 정책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일관성없게 전개되고 있다.탄력세율이란 기본세율의 일정 범위(휘발유는 30%) 안에서 정부가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세율. 가격이나 수급 여건이 갑작스럽게 변해 급히 세율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국회에서 기본세율(법 개정사항)을 바꾸려면 많은 시간과 절차가 소요되는 만큼 정부가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세율을 할인, 또는 할증(시행령 개정사항)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최근 유가가 급등하자 휘발유에 탄력세율을 적용, 세율을 낮춰 서민가계의 충격을 흡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정부는 탄력세율은 가격등락이 심할 때 충격을 완화해주는 일시적 수단이므로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국면에선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 1년반 동안의 탄력세율 적용사례를 분석해보면 정부의 이같은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사례1 법에 정해진 휘발유 기본세율은 ℓ당 691원. 그러나 지난해초 배럴당 10달러(두바이유)대였던 국제유가가 석달만에 15달러대로 급등하자 정부는 ‘서민·중산층 생계비 경감’을 위해 99년 5월 40원의 탄력세율을 인하 적용, ℓ당 651원으로 낮췄다.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임에도 탄력세율을 적용했고 1년 가까이 환원하지 않았다.
사례2 올 3월 정부는 ‘서민·중산층 부담 경감’을 이유로 탄력세율을 또한번 적용했다. 99년말 배럴당 20달러대를 돌파한 유가가 3월 25달러까지 치솟자 세율을 ℓ당 630원에서 600원으로 인하한 것. 그러나 이번엔 두달만에 탄력세율을 ℓ당 630원으로 환원시켰다.
결국 ‘4월총선 때문에 탄력세율을 적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 상황 7월까지 26달러대였던 국제유가는 현재 배럴당 30~31달러. 단기급등폭만 보면 탄력세율이 조정됐던 99년 5월이나 올 3월에 결코 작지 않으며 국제수지나 물가, 성장 등에 미치는 충격으로 본다면 당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심각하다. 지속적 상승국면에서도 이미 두차례나 탄력세율을 적용했던 전례에 비춰본다면 현재 정부가 내세우는 탄력세율 거부논리는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조세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정부가 탄력세율을 상황논리에 따라 너무 임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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