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정보제공 부스(I-Center)에서 자원봉사자라는 한 여성은 발마사지를 받으라면서 10여분간이나 끈질기게 호객행위를 하더군요. 여러나라를 다녀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한국 근무 3년째인 미군 상병 데릭 새터필드(30·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출신)씨.
최근 휴일을 맞아 모처럼 서울 관광길에 나섰지만 귀대길에는 온통 실망과 짜증만 남았다. 그가 이날 맘 먹고 잡은 행선지는 오랫동안 소문만 들어온 인사동과 동대문시장. "한국생활의 철칙 중 하나는 택시를 타지 않는 겁니다. 바가지요금, 돌아가기 등을 하도 많이 당해서…" 새터필드씨는 "오죽하면 이 놈을 샀겠느냐"면서 얼마전 구입했다는 중고차에 올랐다.
멀리 세운상가에 차를 댄 뒤 이면도로를 치달리는 차량들을 '곡예사처럼 피해가며' 20여분만에 간신히 닿은 인사동은 먼지 풀풀 날리는 공사판.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거리라고 들었는데 도대체 전통이 어디있습니까."
그나마 영어가 통하는 곳도, 설명서를 갖춘 곳도 거의 없어 기념품 하나 사지 못했다.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열쇠고리 등 장식품이 대부분이에요. 개량한복을 하나 사려고 했는데 주인이 거들떠 보지도 않고 사이즈도 없더군요. 털 달린 막대기(붓)가 신기했지만 영어도 안되고… 먼지털이인가요?"
눈에 번쩍 뜨인 'I-Center'는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소득없이 돌아다니다 배가 고파 한옥으로된 음식점에 들어갔지만 종업원들은 서로 미루며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
"no meat, no beaf, no pork(소고기도 돼지고기도 싫어요)"라고 말했지만 메뉴판에는 'BulGoGi(불고기)'등 음식이름만 써 있을뿐 설명이 없어 도저히 주문을 할 수가 없었다.
동대문 의류상가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 살만한 물건도, 맞는 사이즈도 없었다.
"길이 쇼핑몰 소유인가요. 길을 막은 채 음악을 크게 틀면서 벌이는 호객행위가 어떻게 가능하죠?" 스태필드씨는 여기서도 길 건너의 'I-Center'를 발견했지만 이번에는 "발마사지 한 번 받으라"는 호객행위에 질려 서울시 영어지도 하나만 집어든 채 도망치듯 나왔다.
"5시간 넘도록 돌아 다녔는데 제대로 본 것도 산 것도 먹은 것도 없어요. 주차비만 날리고 피곤하기만 합니다." 새터필드시는 여기뿐 아니라 한국 정부에서 열심히 홍보하는 곳을 어렵게 찾아가면 대체로 기대 이하라는 느낌뿐"이라며 "한국을 한번 찾은 관광객이 또 오도록 하려면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은 것 같다"고 일침을 놓았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