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의약분업, 한빛은행 대출사건, 선관위 실사개입 의혹 등 난제들의 해법에 대해 “고통은 따르지만 원칙대로 한다”는 입장이다. 의약분업의 실시방침을 고수하며, 한빛은행 사건은 일단 검찰에서 철저히 수사하고, 선관위 실사개입 의혹은 국회 국정조사에서 따지자는 것이다.따라서 청와대의 ‘답안’에 현재까지는 특검제 수용이나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장관의 사퇴는 없다.
박장관의 귀책사유가 드러나지 않았는데 “뭔가 개입했겠지”라는 막연한 정서만으로는 문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검제는 옷로비사건에 적용한 결과, 로비여부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품행논란이라는 비본질만 부각되는 등 문제점이 많아 채택할 수 없다는 게 청와대의 확고한 자세다.
이같은 시각은 “민심을 추스리고 정국경색을 풀기 위해서는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는 여권 일각의 의견과는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국민들이 불편하다고 개혁정책을 포기하고, 정국이 꼬여있다고 해서 야당의 무차별적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말한다.
청와대는 야당의 공세를 국정의 교정을 위한 정치행위라기 보다는 대권을 일찌감치 염두에 둔 ‘전략적 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한 고위관계자는 “야당이 목소리가 큰 기득권층, 일부 언론에 기대 모든 것을 내놓으라고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지난 50년의 남북간 긴장, 고통을 생각하면 남북화해의 상징인 경의선철도 기공식에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나와야 한다”면서 “이총재의 불참은 옳건 그르건 국정을 뒤틀고 흔들겠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불신이 깊기에 타협의 여지도 적은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완강함이 여권 내부의 이견으로 이완될 가능성은 있다.
청와대는 18일 민주당 최고위원 워크샵 등에서 내부전열을 가다듬겠다는 방침이지만, 오히려 다른 의견이 제기될 공산이 크다. 청와대와 당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내부 반발과 외부 공세로 결국 타협책을 택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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