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만큼 할일많은 계절이 또 있을까. 책도 읽어야 하고, 단풍놀이도 가야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어야 한다. 이 뿐 아니다.남자와 여자가 만나 ‘결혼’이라는 의식도 치러야 한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지만, 준비해야 할 것들이 산같이 쌓여 골머리를 앓는 것도 사실이다. 광고업계가 ‘결혼’이라는 특수를 를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수월찮은 결혼 준비과정도 따지고 보면 돈 들어가는 일이 대부분이다. 가을을 맞아 예비 부부들을 붙잡으려는 ‘결혼 광고’가 눈길을 끌고 있다.
“결혼하고 싶다” 영화 ‘동감’의 두 주인공 유지태와 김하늘이 보루네오가구 CF에서 다시 만났다. 가구 매장 앞에 나란히 선 두 사람은 결혼을 마냥 행복한 것으로만 여기는 젊은 남녀.
혼수 필수품인 가구를 보고 두 사람 모두 결혼하고 싶은 ‘결혼동감’을 느낀다. “결혼하고 싶다”는 유지태의 고백에 김하늘의 얼굴이 발그레하게 물드는 게 CF의 마지막 장면.
드레스를 입은 들뜬 신부나 턱시도 차림의 신랑이 등장하는 보통의 가구 광고와 달리 평범한 옷차림의 남녀가 등장한 게 눈에 띈다. 골치 아픈 결혼 준비보다는 마음 설레는 ‘청혼’의 장면을 통해 예비 부부들의 감수성을 자극했다.
“혼수 어디서 사지” 낭만적인 청혼이 지난 뒤에는 다리품 팔아야 하는 혼수 준비가 시작된다. 하이마트 CF의 예비 신부 고소영도 신혼 살림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냉장고, TV, 세탁기…”손가락을 꼽으면서 혼수 목록을 읊는 고소영에게 남자 친구는 “대충 하자”고 한마디 던진다. “우리가 쓸 건데”라고 쏘아부친 뒤 이내 “그런데 어디서 다 사지”라며 고민에 빠진다.
편안한 아내보다는 톡톡튀는 여자친구 역할이 익숙한 고소영이 예비신부로 등장해 어리둥절했는데, 새침해졌다가도 금방 걱정스러워지는 고소영의 얼굴 표정이 그럭저럭 어울린다.
그렇다 해도 고소영만으로는 결혼이라는 거사의 무게감을 나타내기 쉽지 않다. 난데없이 나타난 웨이터 서상록이 결혼 ‘해결사’ 역할을 떠맡는다. 백발의 서상록이 “하이마트로 가시죠”라고 권하니 한번쯤 가보기라도 해야 할 것 같다.
“호텔이랑 비행기표 해결했어?” 아무리 달콤한 신혼여행이라 해도 무작정 떠날 수는 없다. 짐도 싸야 하고, 호텔도 예약해야 하고, 비행기표도 마련해야 한다. 혼수 준비에 여념이 없던 고소영이 삼성카드 CF ‘e머니’CF에서 드디어 웨딩드레스를 입고 예식장에 들어섰다.
신랑은 듀엣가수 ‘클론’의 구준엽. 신부님의 주례사가 한창인 가운데, 고소영이 구준엽에게 속삭인다. “호텔이랑 비행기표 해결했어?” “이머니로 해결했어”라는 구준엽의 대답에 고소영은 “이모님이?”라고 엉뚱하게 반문한다.
구준엽이 답답하다는 듯 “이, 머, 니”라고 또박또박 말하자, 신부가 또 한번 묻는다. “이머니가 뭐니?” 이때 신부님의 주례사에서 “뭐니뭐니 해도”라는 말이 나오자 고소영은 그제서야 알았다는 듯 활짝 웃어보인다. e머니는 삼성카드가 내놓은 온라인 결제 수단.
‘머니(money)’와 발음이 비슷한 단어를 여러 개 선보여 귀에 익히도록 한 언어유희가 돋보인다.
지영기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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