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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청렴도 48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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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청렴도 48위

입력
2000.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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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사무실 안 사람들의 일하는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건물의 문과 벽이 모두 투명유리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승강기 시설도 벽이 없거나 투명 유리로 둘러져 있어, 엘리베이터가 케이블을 감으며 오르내리는 작동모습에서 그 안에 탄 사람들의 표정이나 행동거지까지 로비나 복도에 있는 사람들 눈에 뚜렷이 들어온다. 일전에 핀란드 헬싱키서 구경한 빌딩의 내부 모습이다.

■엘리베이터 탑승자들은 혼자 탔다고 맘대로 행동할 수가 없고, 옆에 매력적인 여자가 동승했다고 이상한 행동을 할 수도 없다.

건물안의 사람들이나 다른 엘리베이터 승객들에게 들키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설이 밀폐되지 않았기에 계기나 케이블에 고장이 생기면 쉽게 발견할 수도 있다. 투명성은 행정이나 기업경영의 조류(潮流)이지만, 이렇게 북유럽 건축디자인에 까지 뻗쳐있다.

■국제 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라는 비정부기구(NGO)가 있다. 이 기구는 매년 세계각국의 공직부패정도를 측정하여 청렴도 순위를 국가별로 매긴다. 엊그제 2000년도 조사결과가 나왔는데 핀란드가 1위다.

종합적인 국가경쟁력을 측정하는 기구인 IMD가 매긴 올해 핀란드 국가경쟁력은 미국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3위다. 국가 청렴도와 경쟁력이 실과 바늘의 관계임을 입증하고 있다.

■한국의 청렴도는 조사대상국가 90개 나라중 48번째다. 개도국으로서 세계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나라는 모두 우리보다 높은 청렴도를 보이고 있다.

GNP총액으로나 올림픽 금메달경쟁으로도 세계10위권을 오르내리는 우리 국민 다수가 나라 되어 가는 꼴에 불만족스럽고 절망적이어야 하는 큰 이유를 청렴도 48위에서 찾을 수 있음직하다.

힘있는 공직자에게 투명성은 의미가 없다. 그러나 투명성 없는 힘은 정당성을 잃는다. 이게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중병이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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