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다임러크라이슬러-현대, GM-피아트 컨소시엄의 동시 실사후 연내 매각으로 대우차 해법의 가닥을 잡고 속전속결을 강조하고 있으나 칼자루를 쥔 입찰자들이 ‘배짱작전’을 펴고 있어 속을 끓이고 있다.■속전속결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은 “포드가 대우차 정밀 실사에 3개월을 소요한 것과 달리 이번 2차 실사는 1~2개월로 단축, 연내에는 반드시 대우차 문제를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우차는 현재 1개월에 1,100억원 가까이 손실이 나고 있어 매각지연에 따르는 기회비용을 감안할 때 최선의 방법은 ‘시간 단축’이라는 것이다.
■헐값 모면
정부는 조기 매각에 무게중심을 두면서도 헐값매각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고심중이다. 포드의 대우차 포기로 가격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공짜성’매각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필수조건은 현재 대우차 인수에 별 관심이 없다고 밝힌 다임러 크라이슬러를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여 GM과 경쟁시키는 것.
이 금감위원장은 “크라이슬러측의 발언은 컨소시엄 파트너인 현대가 너무 앞서가는데다 자사의 주가 등을 고려한 전략”이라며 다임러-현대의 재입찰 참여를 기대했다.
현대의 국내 자동차시장 독점 우려에 대해서도 금감위는 “현대와 다임러 컨소시엄의 지분구도는 19.9%대 80.1%로 이들이 낙찰된다고 해서 현대의 시장점유율이 급증하리라는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금감위가 지나치게 인수제안가격이 낮을 경우 국제입찰 재실시, 위탁경영후 재매각 등 복안을 내놓은 것도 GM과 다임러-현대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인 셈이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느긋한 입찰자
채권단의 2차 정밀실사 요청 대상인 GM-피아트 컨소시엄과 현대차-다임러 크라이슬러 컨소시엄은 재입찰에 따른 득실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포드가 중도 포기한 상황에서 “서둘러 재입찰에 나설 이유가 없다”며 벌써부터 ‘시간 벌기’와 ‘가격 낮추기’를 하고 있어 정부와 채권단의 속을 태우고 있다.
특히 두 컨소시엄 모두 2차 정밀실사 결과에 따라 우량자산만 인수할 것이 분명해 매각가격의 추가 하락은 물론, 당초 매각대상이었던 대우차와 대우자판 쌍용차 대우통신보령공장 대우캐피탈 5개 회사의 분할 매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GM_피아트 연합군은 원칙적으로 인수의사만 나타내고 있을 뿐 구체적인 대응전략은 “채권단의 방침이 정해지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는 올 6월 1차제안서에서 대우차 해외매각에 따른 국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채권단에 부채의 출자전환을 통해 30~40%의 지분을 주고 고용보장과 협력업체 육성, 기술개발센터 건설 등 상당히 우호적인 인수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포드의 중도하차로 인수 및 한국시장 진출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현대차도 18일 현대차 그룹발전전략을 담은 비전 선포식을 계획했다가 대우차 문제가 다시 나오자 이를 20일로 연기해 인수전략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다임러는 다임러가 주도권을 쥔 ‘국내외 공동 컨소시엄’이라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 해외 매각에 따른 여론의 비난과 독점시비를 비켜갈 계획이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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