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큼 써야 많이 쓰는 것입니까.”정부가 에너지 절약대책의 하나로 전기 과소비계층에 대해 누진요금을 할증하겠다고 나섰다. 가격을 올린다는 데 반길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이다. 그간 너, 나 없이 ‘고가 수입품’인 전기를 스위치만 켜면 그냥 나오는 것인 양 가볍게 써 온 게 사실인 만큼 이제는 좀 불편하더라도 절약해보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할증 기준을 보면 그 취지가 의아해진다. 당초 정부가 정한 할증기준 사용량은 가구당 월 300㎾h을 초과하는 가구였다.
300㎾h는 대략 15평형 에어컨과 식기세척기를 사용하는 가구의 월평균 전력소비량.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6.7%(사용량기준 15.3%)인 100만가구 남짓이 해당된다.
그런데 그것도 많다며 기준을 올려 대상자를 줄일 태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웬만한 가정치고 여름에 에어컨 안쓰는 가구가 얼마나 되느냐”며 “저소비층은 절약하려고 해도 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6.7% 미만’의 가구만 절약하면 전력 과소비는 없다는 말인가. 오히려 ‘6.7%의 계층’은 한 달에 전기요금 1만~2만원 더 낸다고 얼마나 절약을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마당이다. 혹시 에너지 절약을 핑계로 요금을 올려 재원이나 마련하자는 취지인가.
그러면서 정부는 유류가격을 무차별적으로 올리고,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중목욕탕 영업도 규제키로 했다. 정부가 하자니까 따르기는 하지만 나만 바보처럼 손해보는 듯한 마음을 떨치지 못하는 게 요즘 국민들의 심사다.
최윤필 경제부기자
walde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