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고정된 조형물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적 조직이다.21세기 국경없는 첨단정보화시대에서 공익과 사익, 국내와 외국, 적과 동지라는 전통적인 경계선이 흐려지고 있다.
모호한 경계선은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고 어디서든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기업에게 제공하지만 동시에 미래를 쉽게 점칠 수 없는 불확실성도 부여한다.
따라서 21세기 기업은 변화하는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임기응변과 창조적 능력을 가진 유기체여야 한다.
기업은 세계시장의 수요변화에 따라 자신이 보유한 노동력을 적기에 증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증권거래소와 같은 ‘인적 자원 거래소’가 생겨 이곳에서 엔지니어 등 각종 노동인력의 가치가 결정되고 노동계약이 이뤄질 수 있다.
이직을 원하는 수만명의 이력서가 게시돼 있는 몬스터닷컴(Monster.com)을 ‘인적 자원 거래소’의 징후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2000년 현재 평균 9번 직장을 옮긴 32세의 미국인들이 20년 후 평균 20번 이상 이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서와 같은 기업의 단위조직 역시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감독과 배우의 구성이 매번 달라지는 영화제작처럼 프로젝트에 따라 구성되고 해체되는 팀이 기업활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다.
글로벌경제, 정보화시대에 맞게 새로운 팀제는 다양한 국적의 인력들이 전자망을 통해 구성될 수 있다. 이전과 달리 같은 팀원이라도 얼굴 한번 보지 않을 수 있다.
기업은 세계시장에서 경쟁업체와 제대로 된 게임을 하기위해서는 순발력있는 유연한 조직이 돼야 한다. 가장 경쟁력 있는 부문으로 자신의 역량을 집중시켜야하며 제품생산, 업무지원, 조달 등 가능한 부분은 아웃소싱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위치 또한 일국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
칼텍스는 지난해 고객과의 밀접한 관계형성을 위해 본사를 미국의 달라스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했으며 올해는 회계담당 부분을 필리핀으로 옮겼다.
21세기 기업은 또 지역 공동체와 유기적 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 즉 사적 이윤추구활동을 뛰어넘어 학교, 병원, 공원, 도로 등의 사회간접자본시설 등에 자본을 투자하는 공적인 역할 까지 떠맡게 된다.
이는 지난 수십년간 기업의 발전속도를 따라 잡지 못하는 행정부 등 공적 부문의 정체에 대한 반작용일뿐 아니라 기업 자신의 필요에 따른 것이다. 기업은 마케팅 등 대고객관리와 인력충원 등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자본과 인력을 공적부문에 투입한다.
의약업체인 메르크는 지난해 자사의 연구소와 생산라인이 있는 미국 뉴저지주에 2억5,600만달러를 기부, 과학교육을 지원했다. 메르크의 관계자는 “학교교육이 쇠퇴하면 우수인력 충원에 어려움이 있다”며 기부의 의의를 설명했다.
보스턴대의 브래들리 구긴스 교수는 “기업의 공적 활동은 단지 좋은 일 한다는 차원이 아닌 전략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계정부는 없어도 세계적인 기업은 있다. 국가들마다 차이를 보이는 세제, 반독점법 등은 기업 활동의 장애물이다. 세계적 기업들 스스로가 공통된 규범을 창출하거나 주요국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다.
인터넷 주소 등록을 관리하는 ICANN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에스더 다이슨 ICANN 회장은 “규정을 강제할 경찰력은 없지만 사람들은 ICANN을 행정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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