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분단후 처음으로 열리는 남북 국방장관 회담을 당초 제3국에서 열자고 제의했다가 제주도로 변경하자고 전격 수정제의한 것은 상당히 파격적이다.한마디로 더이상 자존심이나 격식을 따지지 않겠다는 의사로 읽힌다.
북측은 13일 우리측에 제의했던 1차 서신에서 “회담장소는 제3국으로 하되 홍콩이나 베이징(北京)으로 할 수 있으며 남측에서 편리한 안을 제기해달라”며 장소에 관해 제3국 개최를 기정사실화했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법적으로는 남북이 현재도 전쟁중이어서 군수뇌부가 적진에 들어간다는 것이 양측 모두에 부담이 된다는 인식에 따라 우리측도 답신을 통해 “25일과 26일 홍콩에서 개최하자”고 제의했었다.
하지만 북측이 17일 보낸 서신에서 회담장소를 우리 땅인 제주도로 하자고 한 것은 일단 회담장과 숙소 문제 등 회담준비에 시간이 촉박한 점을 들 수 있다.
우리 정부처럼 홍콩에 총영사관 등 외교채널을 갖지 않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회담 개최를 위한 행정적인 준비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런 이유만이라면 베이징으로 결정할 수도 있었는데 북한이 굳이 제주도로 결정한 것은 이미 각종 회담이 남북 양측을 오가며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분야라 할지라도 장소 등 부수적인 문제에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 전환으로 해석된다.
특히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답방을 앞두고 김용순 총비서가 이미 제주도를 답사한데다 27일부터 제3차 장관급 회담도 개최되는 것으로 확정돼 있어 별무리가 없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도 크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북한군대표단 제주행 어떻게
남북국방장관 회담에 참가하는 북한군 대표단은 어떻게 제주도에 올까.
대표단은 김일철(金鎰喆·차수) 북한 인민무력부 겸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수석대표로 대표 5명, 수행원 5명 모두 10명이다.
여기에다 분야별 실무담당자 등으로 구성될 전략요원 및 기자 등이 추가돼 30여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현실적인 교통수단은 민간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 군용기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자국의 영유권을 벗어난 지역에 군용기를 띄우는 것은 군사적 오해를 초래할 수 있어 통상적으로 피하고 있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표단은 김용순(金容淳) 당 비서 일행처럼 고려민항기를 타고 서해상을 가로질러 서울로 왔다가 제주도로 가거나, 곧바로 제주도로 직행하는 두개의 항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측이 회담장소를 제주로 못박았기 때문에 제주로 바로 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군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고려민항기가 곧바로 제주공항으로 향할 경우 북한 국적으로는 처음으로 제주를 방문하는 항공기로 기록된다.
북한은 남북장관급회담과 이산가족 상봉단 당시처럼 회담 전날 평양 항로교통관제소(ACC)와 대구ACC에 가설된 직통전화를 통해 항로를 최종 통보할 예정이다.
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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