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로 가자.” 지상에서 우주로 거대한 엘리베이터를 세우려는 이들이 있다.아서 클라크의 1978년 공상과학 소설 ‘파운데이션 오브 파라다이스(Foundation of Paradise)’에도 물론 나온다. 그러나 현실에도 있다.
바벨탑을 꿈꾸는 무모한 이들은 다름아닌 미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이다. 최근 마샬첨단프로젝트실의 데이비드 스미서먼 박사는 지난해 열었던 워크숍을 바탕으로 ‘우주 엘리베이터’의 타당성을 검토, 보고서를 펴냈다.
그는 “50년쯤 기술개발을 하고 금세기 하반기쯤이면 우주 엘리베이터를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 엘리베이터는 엘리베이터의 원리와 같이 케이블을 달아 우주 높이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다. 다만 그 높이가 정지위성이 떠있는 고도 3만5,786㎞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먼저 50㎞ 높이의 기저탑을 지어 정지위성까지 연결하는 케이블을 잡아매야 한다.
이 엘리베이터 구조물이 지구로 엎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정지위성 너머 지구 반대편에 무게중심을 잡기 위한 평형추가 필요하다.
아마 소행성 하나를 갖고 와서 매달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엘리베이터 속도를 시속 수천㎞ 속도로 유지하기 위해 전자기 추진체를 이용해야 한다.
이 우주 엘리베이터는 다른 행성으로 출발하는 사람, 탑재체, 연료 등을 실어나르는 우주 환승역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밖에 고층전망대 역할도 한다. 창밖의 풍경이 시내의 야경이 아니라 운석이나 유성우가¿떨어지는장관이 될 것이다.
정지궤도를 우주환승역으로 삼는 이유는 이 높이에서 지구의 자전속도와 같은 속도로 지구를 돌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위성이 늘 특정지역의 상공에 머물러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정지궤도에 올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주 엘리베이터라는 개념은 아서 클라크가 대중화했지만 첫 고안자는 1895년 러시아 과학자 콘스탄틴 촐코프스키였다. 그는 에펠탑을 보고 우주 엘리베이터를 떠올렸다. 촐코프스키는 하늘에 성(城)을 지어 로켓 없이 물체를 궤도에 올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생각은 훌륭했지만 지상에서부터 정지궤도까지 탑을 세우는 게 불가능했다. 1960년 또 다른 러시아 과학자 Y N 아르추타노프가 정지위성을 이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 곳에서 케이블을 지구 표면으로 늘어뜨리고 반대편에 평형추를 매단다는 제안이다.
훨씬 현실적이었지만 3만6,000㎞의 긴 케이블은 여전히 난제였다. 미국 공학자들이 계산해 보니 흑연, 석영, 다이아몬드 등 현존하는 어떤 물질보다 강도가 2배는 높아야 했다.
1975년 공군연구소 제롬 피어슨이 더욱 정교한 디자인을 제안했고 지난해 관련 연구자들이 총집합한 워크숍까지 열리게 됐다.
여전히 당장 현실화할 수 있는 기술은 없다. 그러나 철보다 강도가 100배나 높은 신소재 탄소나노튜브가 개발될 가능성은 훨씬 커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주 엘리베이터의 값싼 비용이다. 150㎏ 짐을 진 사람이 엘리베이터로 올라가는 데 드는 비용은 겨우 222달러(250만원). 현재 우주왕복선으로는 ㎏당 2만2,000달러가 든다.
다음 세대엔 마치 63빌딩을 올라가듯 우주 엘리베이터를 타게 될 지 모른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우주엘리베이터 실현에 필요한 다섯가지 기술
■나노 기술(Nano Technology)
탄소로 된 관 모양의 탄소나노튜브는 지름이 나노미터(10억분의1m) 수준이면서 강도는 철보다 100배나 높다. 이 신소재는 우주 엘리베이터 구조물을 만들 최적 후보물질이다.
■테더 기술(Tether Technology)
긴 구조물을 개발하고 제어하는 데 첨단 테더 기술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술은 현재 위성의 고도를 올리는 데 적용되고 있다. 테더는 밧줄, 사슬의 의미.
■탑 건설기술
현재 기술로도 수㎞ 높이의 탑을 세울 수 있지만 비용이 문제다. 보다 가볍고 구조에 적합한 소재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
■전자기 추진체
고속 차량, 보조 발사체, 고속철 등에 적용되는 전자기 추진체 개발은 3만6,000㎞높이의 우주 엘리베이터를 빠르고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요하다.
■우주 인프라
운송차량, 편의시설, 기본설비 등 전반적인 우주 인프라가 개발돼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우주 경제’가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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