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17일 여야가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 국정조사를 매개로 대치 정국 해소의 가닥을 잡을 개연성을 점치는 언설(言說)들에 대해 “당치않은 소리”라며 일축했다.태풍피해 복구를 위한 여야협심과 그를 통한 정국 타개의 토대마련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총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총재는 또 태풍 피해로 연기가 검토됐던 21일의 부산역 집회도 예정대로 치를 방침이라고 한다. 17일 하루종일 부산·경남의 수해지역을 둘러본 결과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피해가 덜한만큼 굳이 집회를 미룰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태풍피해로 인한 장외집회 연기검토와 이 총재의 수해지역 방문사실이 알려지면서 나돌았던 ‘태풍 유화 정국설’은 태풍 소멸과 함께 멸실되는 분위기다.
한 핵심 당직자는 “부산집회를 앞두고 책상에 앉아 보고만 받기보다는 직접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면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여권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이상 이 총재와 한나라당의 대여기조는 불변”이라고 못박았다.
이 총재가 이처럼 대여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것은 어떤 상황인식에 연유한 것일까. 무엇보다 이 총재는 ‘돌아선 민심’을 굳게 믿고 있는 것 같다.
총재실의 한 관계자는 “추석을 통해 재차 확인된 민심은 확실히 이반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게 이 총재의 인식”이라며 “정국파행이 길어지면 으레 양비론이 나올 법 한데도 여권에 대한 비판이 훨씬 많다는 점도 이 총재 투쟁에 자양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공식 대여 창구인 정창화(鄭昌和) 총무에게까지 접촉 금지령을 내렸다는 사실과, “저쪽은 대화로는 안될 사람들이다.
강력하고 줄기찬 투쟁만이 목표를 관철시킬 수 있다”는 대(對) 당직자 독려는 그의 독심 수준을 짐작케 해 준다. 이 총재는 ‘이기는 게임’의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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