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현안을 보는 정부의 ‘핀트’가 계속 빗나가고 있다. ‘경제시국관’이 안이한 것인지, 아니면 상황 대응능력에 한계가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한결같이 국민과 시장들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16일 긴급소집된 경제장관 간담회도 이런 평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꼬여가고 있는 현 경제상황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국민들의 관심은 단연 유가와 대우차 문제. 그러나 9개 부처 장관이 토요일에 황급히 모여 장시간 토론한 후 발표된 내용은 현 경제흐름에 대한 ‘우려표시’와 그래도 ‘펀더멘털(경제기초)’은 괜찮다는 것, 그리고 각론에 들어가선 이미 발표됐던 ‘재탕 삼탕’방안들 뿐이다.
하루아침에 묘안을 내놓을 수는 없다 해도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불안과 대책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키려는 의지가 엿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유가문제 동절기와 미국 대선이 끝나는 내년 상반기에는 다시 배럴당 20달러 중반으로 안정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우리 경제 입장에선 오히려 내년 초까지가 가장 큰 고비다. 특히 금융시장 불안으로 기업 활동심리가 급속히 위축되고, 업종간 경기양극화 속에 체감경기가 급랭하며, 모든 물가가 무차별 인상조짐을 보이고 있어 정부 실무진에선 이미 ‘경기 경(硬)착륙’‘스태그플레이션’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두바이유 가격이 걸프전 이래 최고치를 경신한 이날 경제장관간담회에서 내린 결론은 “유가불안에 우려하고 있으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마련하겠다”는 것이었다.
▦대우차 문제 비록 포드측의 사정에 의한 결렬이긴 하나 대우차 매각실패의 국내 경제적 파장은 매우 크다. 단기적으론 대우차 정상화를 위한 금융기관들의 추가자금 부담(이미 3,300억원이 투입됐음)과 함께 채권회수 지연에 따른 재무구조개선 및 유동성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인수자 재선정에 따른 매각가격 하락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내년 2월말까지 구조조정 현안처리를 종결짓겠다는 현 경제팀의 대(對)국민 약속이행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그러나 이날 경제장관 간담회에선 전날 이미 발표했던 “18일까지 세부대책을 만들겠다”는 결론만 내놓았다.
▦금융시장 문제 최근 주가폭락사태에 대해 이날 경제장관들은 “요즘 주가 움직임이 기업의 내재가치와 구조조정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인식을 함께 했다고 밝혔다. 즉 경제의 펀더멘털은 괜찮은데도 마찰적, 혹은 심리적 요인에 의해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다는 것이다.
자금경색 해소에 대해서도 이미 여러 차례 울궈먹은 ‘10조원 채권펀드 추가조성’외에는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나 한 증권사 사장은 “주가는 그 자체가 시장이 평가하는 가격이다. 정부는 정부의 실패를 시장의 실패로 오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증시침체가 고유가, 대우차 매각실패, 물가불안, 정치불안 등 악재 자체보다는 악재에 대응하는 정부의 자세와 관리능력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만큼 정부 스스로 시장신뢰를 얻을 만한 가시적 방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시장안정은 회복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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