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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초현 '0.2점차'에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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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초현 '0.2점차'에 울다

입력
2000.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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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발의 총성이 울리고 화면에 9.7이란 숫자가 찍히는 순간 강초현의 얼굴은 굳어졌다. 금메달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불안감이 18살 당찬 소녀의 뇌리를 스쳤고 아니나 다를까 종합합계 497.5점으로 1위 낸시 존슨(26.미국)와는 0.2점차 은메달.본선부터 마지막 한발을 남겨놓을때까지 줄곧 1위를 놓지 않았던 강초현으로서는 믿기지 않는 결과였다. 얼굴은 상기됐고 마침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아쉽고도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16일 오전 9시 뉴밀레니엄 올림픽 첫 금메달을 가리는 사격 여자 공기소총 10m 4차시리즈까지 40발을 쏘는 본선 1차시리즈 10발중 3발을 놓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던 강초현은 이후 2, 3, 4차시리즈 30발을 모두 0.5mm의 10점원을 관통시켰다. 금메달 정조준의 감이 왔다. 올림픽 본선기록인 합계 397점.

예선 공동2위인 리우보프 갈키나(러시아), 소냐 파일쉬프터(독일), 최대영(한국), 존슨(미국)과는 무려 2점차로 금색이 확실했다.

최종 10발로 첫 금메달을 가리는 결선 첫발서 강초현은 10.0. 갈키나와 존슨이 10.7을 맞추며 격차는 1.3으로 좁혀졌다. 강초현이 특유의 정조준 감각을 찾지 못한 반면 끈질긴 승부근성으로 추격해온 존슨은 마지막까지도 침착성을 잃지 않았다.

연속 추격을 허용한 강초현은 0.2점차로 앞서고 있던 마지막 9발째에서 10.5점을 쏘며 금메달을 확정짓는 듯 했으나 존슨은 오히려 10점원에 근접한 10.7을 관통시키며 동점을 만드는 기염을 토했다. 이때까지도 강초현은 동점상황을 알지 못했다.

7발째를 제외하고는 내리 10점을 넘었던 존슨이 막판에 흔들린 듯 마지막 한발에서9.9점. 금메달은 우여곡절끝에 당찬 소녀에게 돌아가는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예선부터 한번 조준후 곧바로 격발에 들어가던 강초현은 호흡이 흐트러진뒤 올렸던 총을 다시 내려놓아 금메달이 걸린 마지막 한발을 격발하는데 긴장된 빛이 역력했다.

다시 조준에 들어가 방아쇠를 당겼으나 화면은 무심한 듯 '9.7'을 가리키고 있었다. 불과 몇초전까지만 해도 금빛이었던 메달이 은빛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강초현이나 김일환 사격대표팀 감독도 모두 믿기지 않은 마지막 한발이었다.

■강초현 인터뷰

강초현 인터뷰] "전광판 보고 믿기지 않았다"

강초현(18.유성여고3)은 "첫 금메달을 조국에 안겨주고 싶었는데…"라며 "고생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눈물이 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은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김일환사격감독의 품에 안겨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강초현은 메달수여식과 기자회견에서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쉬운 은메달이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점수에 욕심이 났던 것 같다. 은메달도 자랑스럽다. 지난밤 은메달을 따는 꿈을 꿔 아쉬웠는데 꿈과 현실이 똑같아 신기할 정도다."

-마지막 한발에서 주춤했는데

"호흡이 맞지 않아 총을 내리고 다시 올렸는데 이 때도 정조준느낌은 아니었다. 내리고 다시 쏘았어야 했는데 방아쇠가 당겨졌다. 전광판을 보고는 믿기지가 않았다. "

-한발을 남겨놓고 동점상황에서 긴장이 되지 않았나.

"이기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고 동점상황인지 알지 못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가.

"돌아가신 아버지와 병수발로 고생하신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아버지나 마찬가지인 유성여고 감독님은 힘들때마다 위로와 안정을 찾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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