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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환란후 최대위기

입력
2000.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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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고유가 충격으로 물가와 성장, 경상수지 등 거시경제 운용기반이 흔들리는 가운데 대우자동차 매각중단으로 구조조정 일정마저 차질을 빚게 돼 한국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이후 최대의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환란(換亂) 탈출의 두 견인차였던 ‘경기회복’과 ‘구조개혁’이 심각한 난관에 봉착, 정부가 적기 대응에 실패할 경우 제2의 경제위기 발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경제전문가들은 경기 양극화 속의 실물경기 급랭, 물가불안 및 경상수지 악화, 금융·신용경색, 부실기업 정리지연, 외채 증가, 민생을 외면하는 정쟁(政爭) 등 97년 환란 전 상황과 점차 흡사해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16일 재정경제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유국 증산결정에도 불구, 국제유가(두바이유)는 15일 걸프전이래 최고치인 배럴당 31.7달러까지 치솟은 반면 국제 반도체(64메가D램) 가격은 6달러대로 추락했다. 최대 수입품목(원유)과 최대 수출종목(반도체) 가격이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국제수지방어 전선에 최대 비상이 걸린 것이다.

유가급등으로 공공요금과 개인서비스요금 및 공산품 가격의 연쇄적인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태풍 및 의약파동까지 겹쳐 소비자 물가는 거센 상승압력을 받고 있다. 주식·채권시장 침체에 의한 기업들의 자금경색 확산과 투자심리 냉각은 그렇지 않아도 구조적 양극화에 빠져 있는 실물경기를 ‘경(硬)착륙’시킬 조짐이다. 상반기 실적에 힘입어 올해에는 경제성장률 7~8% 물가상승률 2.5% 억제 경상수지흑자 100억달러 등 3대 거시경제 목표를 달성한다해도 내년이후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속에서의 고물가)’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내년 2월을 시한으로 삼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던 구조개혁도 포드의 대우차 인수포기로 꼬여가는 양상이다. 재입찰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기업구조조정이 상당시간 지연됨은 물론, 추가자금 지원 및 매각가격 하락으로 금융정상화에도 큰 타격이 우려된다.

단기외채가 급증하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외환거래가 완전 자유화하는 내년이후 거시경제 안정과 구조개혁 차질로 대외신인도가 추락한다면 주어지는 결과는 또 한번의 경제위기일 뿐이다. 한 민간경제연구소장은 “국가경제의 건강지수는 대내적으론 주가, 대외적으로는 경상수지로 나타나는데 두 지표 모두 극히 불안한 조짐이 보인다”며 “초기대응에 실패한다면 97년 상황을 다시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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