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플레’(요구르트) ‘히포즈(Rippoz)’(치즈) 등 유명 식품브랜드가 프랑스의 낙농협동조합 제품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프랑스에선 농산물 유통에 협동조합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특히 청과물의 80%는 생산자 조합을 통한 계통출하로 시장에 유통된다.조합원은 생산한 농산물을 100% 조합에 출하해야 한다. 가격이 좋다고 다른 곳에 내다 팔 수 없다. 조합은 이를 통해 시장교섭력을 강화하고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게 된다.
프랑스는 1960년대부터 농산물 유통 현대화 정책을 적극 추진했고 농민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목표는 생산·출하조직의 대형화와 상품의 표준화. 그 결과 생산자 협동조합들이 잇달아 합병했고 농산물의 브랜드화를 촉진했다.
프랑스 사과의 25%를 생산하는 르와르 지방 과수 농민들은 97년 35개 농가와 4개 협동조직을 통합, ‘르와레 과수시장출하 협동그룹’을 조직했다.
이 협동그룹의 질 르 에낭프 사무국장은 “생산자 간의 지나친 경쟁을 피하고 카르푸 같은 대형 유통업체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통합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육류, 유제품, 곡물, 종자, 설탕 등 주요 분야에 40여개 대형 협동조합이 기업형태로 활동중이며 조합별 매출액은 6,000억~3조원에 이른다. ‘요플레’를 생산하는 ‘소디알’도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의 합병·대형화는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의 일반적 추세다. 세계적인 대형 유통업체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지난해 독일 북부의 5개 낙농협동조합이 합병해 독일 최대의 낙농조합으로 탄생한 ‘북부우유(Nordmilch) 협동조합’이나, 덴마크의 엠디(MD)푸드와 클로에브 밀크의 합병이 대표적인 예다.
유통부문의 또다른 혁신은 농산물의 브랜드화다. 요플레, 히포즈 외에도 ‘엘비’(곡물) ‘사브올’(토마토) 등 프랑스의 유명 농산물 브랜드는 대부분 협동조합 제품이다.
청과물 유통과정에선 ‘트락사빌리테’라는 출하·유통경로 추적제도를 통해 품질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최종 소비단계에서 상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유통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근거를 표시해 놓는 제도다.
김진국(金鎭國) 농협 EU지역사무소장은 “농산물 수입개방 압력이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에서 프랑스의 농산물 고부가가치 정책과 현대화한 유통체계는 우리가 벤치마킹해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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