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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대우차 빠른 매각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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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대우차 빠른 매각이 살길이다

입력
2000.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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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포드자동차사가 15일 대우자동차 인수를 포기한다고 발표함으로써 대우자동차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왔다.포드자동차사는 현재 미국내에서 파이어스톤타이어 리콜과 관련하여 엔진결함문제까지 지적되고 있어 다른 회사를 인수하기는 커녕 스스로의 진로조차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으로는 대우자동차사 인수를 결정하고 세부실사에 들어간 결과 부실정도가 너무 심해서 포기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어떤 것이 원인이든 우리로서는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국제유가 인상으로 경제가 어려운데 대우자동차 문제마저 해결책을 다시 찾아나서야 할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드자동차의 인수포기에 맞춰 대우자동차를 공기업화해야 한다거나 독자회생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해묵은 논리들이 재등장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이같은 해결방안은 합리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가능하지도 않다. 공기업화를 한다는 것은 결국 국민세금으로 개인기업을 살리자는 것이므로 전혀 고려할 대상도 못된다. 그렇지 않아도 잘못된 기업구조조정 때문에 지금까지 들어간 공적자금만 해도 천문학적 숫자이다.

더 이상 국민의 부담을 늘릴 수는 없다. 국제적으로는 보조금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에 통상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공기업화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는데 있다.

이미 있는 공기업도 민영화하고 있는 것은, 공기업의 관료적인 특성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또 대우자동차의 재무구조를 훑어보면 독자회생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대우자동차는 5월말 현재 부채가 22조 3천억원으로 최근 3개월 사이 손실이 3,500억원이나 된다.

지난해 8월 워크아웃을 시작한 이래 투입된 공적자금만도 1조4,000억원이다.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보더라도 대우자동차 스스로 회생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결국 최선의 해결책은 처음 대우자동차의 매각을 결정하면서 정했던 원칙에 따라 빨리 매각하는 것뿐이다. 해외매각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외매각은 안된다는 논리도 곤란하다. 어느 기업에 매각하면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가만 면밀하게 살피면 된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어느 기업이 인수하면 대우자동차의 생산량이 늘어나 국내의 고용이 안정되고 자동차 수출이 확대되며 국내의 자동차 관련기술이 향상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재입찰에 들어가면 매각 가격은 종전보다 낮아질 각오는 해야 한다. 지난번 입찰에서 포드가 7조7,000억원을 써낸 반면 GM-피아트 컨소시엄은 4조6천억원대를, 현대-다임러크라이슬러 컨소시엄은 5조 5천억원에서 6조원대를 써낸 것으로 알려져있다.

만일 포드가 인수를 포기한 이유가, 대우자동차의 실상이 알려진 것보다 더욱 열악했기 때문이라면 재입찰 금액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가격을 올려받기 위해 시간을 끄는 것보다는 빨리 매각을 하는 것이 낫다.

대우자동차의 매각은 대우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체 기업의 구조조정이 활로를 찾는 계기가 된다. 대우자동차가 매각되면 상호지급보증으로 얽혀있던 대우중공업 대우전자 ㈜대우 등 대우의 핵심기업에 숨통이 트여 대우그룹 전체의 구조조정이 빨라진다.

또 매각대금이 채권단인 금융권에 들어옴으로써 다른 기업의 구조개선에 쓰여질 수 있다. 금융권 자체의 구조조정도 더 신속해진다.

기아자동차 때처럼 해외매각은 안된다거나 ‘국민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논리가 재연되면 우리나라 경제 전체가 다시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 기아자동차의 악몽과도 같은 경험이 결코 되풀이되서는 안된다.

/김광두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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